[사커비전] 컨페드컵은 현주소 가늠할 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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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세계 최강인 프랑스를 누를 수 있다. 프랑스를 존경하지만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 "

지난 4일 서귀포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 조 추첨 행사를 마친 뒤 히딩크 감독이 한 말이다. 그는 또 "프랑스와 실력 차이는 인정하지만 한국의 기술과 정신력이 상승 곡선을 타고 있어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치겠다" 고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달 말 프랑스 - 일본의 친선경기가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일본의 트루시에 감독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본은 2002 월드컵 결승전 진출도 자신한다" 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프랑스에 0 - 5의 충격적인 참패를 당한 뒤 "일본 축구와 세계 축구의 큰 격차를 확인했다" 며 꼬리를 내렸다.

과연 한국 축구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목표인 16강, 최대 8강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이 반신반의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1승도 어렵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위기감은 ▶대표팀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선수들이 너무 노쇠했고▶믿을 만한 확실한 스타가 없고▶유럽 축구에 너무 약하고▶히딩크 감독이 팀을 조련할 시간이 별로 없다는 등의 이유에서 나온다.

반면 최근 만난 일본의 축구 전문가들과 미디어 종사자들은 일본의 16강 진입을 자신하고 있다. 근거는 ▶성공적인 세대교체▶나카타라는 걸출한 스타▶세계 축구의 조류에 편승한 자신감 등이다.

5월 30일부터 열리는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는 한국과 일본 축구 전력의 시험대다. 한국은 프랑스 월드컵 우승팀 프랑스와 북중미의 월드컵 단골 멕시코, 오세아니아 대표 호주와 한 조가 됐다. 일본은 브라질.카메룬.캐나다와 한 조를 이뤘다.

2년 전 멕시코에서 열렸던 1999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홈팀 멕시코가 브라질을 4 - 3으로 꺾고 우승한 이면에는 당시 브라질이 최상의 멤버를 구성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엿봐야 한다. 또 당시 유럽을 대표했던 독일이 '낡은 전차군단' 이라는 수모를 당하며 몰락했고 아시아를 대표한 사우디아라비아가 네 경기에서 무려 14골이나 내주며 망신을 당했던 기억을 되살리는 이유는 컨페더레이션스컵이 각 대륙 축구의 현주소를 살피는 의미도 크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한국과 일본의 성적은 비단 두 나라의 우열을 가리는 의미보다 아시아 축구의 현주소를 살피는 의미에 더 초점을 맞춘다.

5월 말부터 6월 10일까지 유럽은 각 나라 리그와 각종 컵대회가 겹쳐 프랑스의 스타들이 모두 올지 궁금하지만 우리로서는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를 통해 유럽.북중미 축구에 대한 적응력과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2월드컵에서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리는 예행 연습도, 대회 진행의 경험도 컨페더레이션스컵을 통해 이뤄졌으면 하는 게 욕심이다. 아울러 히딩크 축구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와 더불어 신예선수들의 발굴, 베스트 일레븐의 조기 확정 등 산적한 문제들도 술술 풀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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