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사흘새 2,800억 이상 순매도

중앙일보

입력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올들어 3조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올해 국내 증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외국인들은 지난 2일 39억원, 3일 1천50억원에 이어 4일엔 무려 1천7백76억원의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하며 주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이같은 대규모 순매도 움직임은 이례적이라며 국내 증시에 영향력이 큰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 외국인 매매 패턴 바뀌나=SK증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올들어 주로 삼성전자.포항제철.삼성SDI.현대차.국민은행 등을 순매수하고 현대전자.주택은행.한국전력.LG전자 등을 팔았다.

특히 외국인들은 올들어 지난 2일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9천3백61억원어치 순매수하는 등 삼성전자.포항제철.삼성SDI 등에 대한 순매수 액수가 2조원 가까이 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외국인들은 올들어 순매수했던 상위 20개 종목 중 8개 종목에 한해서만 순매수를 지속하고 있고 나머지 7개 종목에 대해선 순매도로 돌아섰다.

포항제철.삼성중공업.현대차.삼성증권 등에 대해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그동안 순매수가 집중됐던 삼성SDI와 삼성전자.제일기획 주식을 집중적으로 내놓고 있다. 김대중 SK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들어 외국인들의 매수 지속성이 약해지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며 "외국인들이 환율 급등에 따라 매도 물량을 늘리고 있다" 고 말했다.

◇ 증시 이탈로 이어지지는 않을 듯=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은 그동안 낙폭 과대로 인한 저가 메리트와 기업실적 대비 주가가 낮았던 매력이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환차손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매수를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종우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우리 시장의 매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당분간 연초와 같은 외국인들의 강한 매수세를 기대하긴 어렵다" 며 "외국인들의 매수가 당분간 소강국면에 빠져들긴 하겠지만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스스로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에 국내 증시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 고 말했다.

정제원 기자 newspoe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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