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엔화 약세 개입 움직임

중앙일보

입력

"미국 정부는 일본의 금융개혁이 지지부진할 경우 더 이상 엔화 약세를 용인하지 않을 것" 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미국 고위 관리들의 말을 인용, 2일 보도했다.

부시 경제팀의 한 관리는 "최근 엔화 하락 속도가 너무 빨라 미국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 며 "일본 정부가 금융권의 부실채권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처리하지 않을 경우 엔화 약세를 방관하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일본 정부가 금융개혁보다 엔화 약세에 더 매달릴 경우 적절한 시점에 미국 정부의 우려를 전달할 것" 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가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한달만에 7%나 떨어진 엔화 가치 하락 속도가 늦춰질 전망이며, 최근 엔화와 동반 하락하고 있는 아시아 각국 통화도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부는 일단 엔화 약세가 지속할 경우 선진7개국(G7)재무장관 회담 등을 통해 우려의 뜻을 전달할 방침이다. 최악의 경우 직접 시장에 개입, 엔화 매입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의 조속한 금융개혁을 위해 1980년대 미 정부가 저축대부조합 도산을 수습하기 위해 만들었던 자산정리공사(RTC)같은 기구를 설립할 것을 일본 정부에 제안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엔화 약세가 ▶일본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고▶저가 수입품 수요를 줄여 디플레이션 압력을 낮춰 경기회복에 도움이 된다며 최근 이를 방치해 왔다. 미국도 일본의 경제 침체로 받는 타격을 줄이기 위해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엔화 약세를 용인해 왔다.

그러나 최근 엔화 하락속도가 너무 빨라 미국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미 정부의 입장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엔화 가치는 3일 오후 5시 현재 도쿄시장에서 달러당 1백 25.62엔을 기록, 1999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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