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전환 성공·실패 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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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두산중공업으로 이름을 바꾼 한국중공업이란 회사가 있습니다.발전설비와 선박 엔진을 만드는 유명한 중공업 회사지요.

이 회사는 1980년에 심각한 자금난을 겪어 위험했어요.돈을 많이 빌려준 산업은행과 외환은행은 이 회사를 일단 살려놓는 것이 빚을 받아내는 데 유리하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래서 두 은행은 빌려준 2천6백억원을 모두 주식으로 바꿔 주었어요.여기에 한전도 1천억원을 보태,자본금을 늘렸답니다.

한국중공업은 이 덕분에 이자 부담이 크게 줄었고 점차 경기가 좋아지자 흑자를 내기 시작했어요.95년에는 그동안 쌓인 적자를 모두 털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 때부터 두 은행은 해마다 평균 3%의 배당금을 받아왔고,지난해 말에는 주식의 30%를 두산그룹에 팔아 3천억원을 받았습니다.은행으로서는 다 떼일 뻔한 돈을 회수하고도 남는 장사를 한 셈이지요.

하지만 빌려준 돈을 주식으로 바꾼다고 해서 부실기업이 모두 살아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법원이 파산 판정을 내린 동아건설의 경우 금융기관들이 빌려준 1조1천8백억원 가운데 8백30억원을 주식으로 바꿔줬지만 회생에 실패했습니다.건설업체인 우방도 2천억원의 출자전환을 받았지만 결국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를 받게 됐지요.

특히 동아건설은 큰 부실을 숨겨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었습니다. 제대로 기업을 평가하지 않고 무작정 출자전환을 해주면 오히려 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사실을 깨닫게한 사례입니다.

이 때문에 국내 금융기관이 부실기업을 살리려 지금까지 빚을 주식으로 바꿔준 규모가 3조7천억원이나 되지만 앞으로 얼마나 건질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요.

최현철 기자 chd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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