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지도자로 고국 찾은 이준호

중앙일보

입력

90년대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스타 이준호(36) 가파란 눈동자의 선수들을 이끌고 고국을 찾아 화제가 되고 있다.

프랑스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1일까지 열리는 2001년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 참가차 전주를 찾은 이준호는 94년 릴레함메르동계올림픽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98년 은퇴 전까지 김기훈과 더불어 한국 남자쇼트트랙의 간판으로 군림했었다.

은퇴 뒤 공부를 계속하고자 영국에서 어학연수 중이던 이준호에게 지도자의 기회가 찾아온 것은 99년 10월.

유럽에서도 바닥권이던 쇼트트랙 수준을 올림픽 메달권으로 끌어 올려줄 지도자를 물색중이던 프랑스는 장명희 국제빙상연맹 위원의 강력한 추천을 받아 이준호를대표팀 감독으로 모셔왔고 지난해 1월 정식 계약했다.

감독직을 맡은 지 불과 1년만인 지난 1월 이준호는 유럽선수권대회에서 브루노로스코스를 남자부 종합우승에 올려 놓으며 프랑스는 물론 전 유럽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텃세가 심하고 스포츠 풍토도 전혀 다른 이국땅에서 이준호가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게 되기까지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했다.

자유스러운 분위기에 익숙한 프랑스 선수들은 이준호의 지도방법을 강압적이라며 반항하기 일쑤였고 일부 선수들은 대표팀을 탈퇴하기까지 했다.

힘들 때 의지할 친구 한 명 없는 이국땅에서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몇번씩 했지만 쇼트트랙 지도자로 해외 진출 1호라는 사명감 때문에 그도 쉽지 않았다.

몇차례 마찰 끝에 `훈련 때는 감독 말을 전적으로 따르고 이외의 시간에는 완벽한 자유를 보장한다'는 원칙에 선수들과 합의한 이준호는 지도에만 몰두할 수 있었고 결국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일궈냈며 조국을 빛내고 있었다.

자존심 강한 프랑스에서도 스타 대접을 받고 있는 이준호는 전주에서 과거 스승으로 모셨던 전명규 한국대표팀 감독과 지도자 대 지도자로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펼치고 있다.

에이스 브루노가 지난달 29일 이승재에 밀려 주종목인 1,500m에서 결승진출이좌절되는 등 아직까지는 한국의 벽이 높지만 이준호는 "올림픽에서는 꼭 메달을 따겠다"고 벼르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이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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