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스 데이비스 '카인드 오브 블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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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변신과 새로움의 추구로 재즈 음악사를 주름잡았던 트럼펫 주자 마일스 데이비스(1926~91). 그가 59년에 녹음한 '카인드 오브 블루(Kind of Blue.컬럼비아)는 재즈 역사에 빛나는 금자탑으로 손꼽힌다.

'So What' 'All Blues' '플라멩코 스케치' 등 다섯곡에 블루스의 분위기가 흠뻑 젖어 있는 이 앨범이 돋보이는 것은 존 콜트레인(테너 색소폰)·줄리언 애덜리(알토 색소폰)·빌 에반스(피아노)·폴 체임버스(베이스).지미 콥(드럼) 등으로 구성된 6인조 '드림팀'의 화려한 면면 때문만은 아니다.

화음의 속박에서 벗어나 짧은 선율적 단편을 즉흥연주의 출발점으로 삼는 선법 재즈(modal jazz)의 전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피아노가 들려주는 화음을 기초로 한 것은 '블루 인 그린' 한 곡 뿐이다.

트럼펫과 알토 색소폰·테너 색소폰·피아노 등 선율악기가 차례로 펼치는 즉흥연주에서 너저분하지 않고 깔끔한 호흡과 정제미를 보여준다. 즉흥연주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데이비스는 연주자들이 뉴욕 30번가에 위치한 컬럼비아 소속 녹음 스튜디오에 도착한 다음에야 비로소 자신이 만든 주제 선율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철저히 주제를 비밀에 부친 것은 거장 연주자들이 즉흥성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카인드 오브 블루'는 재즈가 악보를 보고 그대로 연주하는 음악이 아니라 연주자의 개성이 생명이라는 새삼스런 진리를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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