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파행 위기 벼랑 끝에서 모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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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성남 일화의 연고지 논란으로 촉발된 프로리그 파행 사태가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일화구단, 성남시는 일화의 2001 아디다스컵 조별리그 홈경기 개막전을 이틀 앞둔 30일 일단 2002년 6월 월드컵축구대회가 끝날 때까지 경기장을 사용하는 데 합의함으로써 일화는 경기장 보수가 끝나는 4월 7일부터 정상적으로 홈구장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다.

이번 사태는 지난 해 12월 말 성남시가 연고권 협약을 맺은 일화구단의 경기장사용 승인 신청을 불허하면서 비롯됐다.

성남시는 통일교가 운영하는 일화의 연고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일부 기독교단체의 압력에 굴복, 일화의 연고권 이전을 요구했고 일화는 "협약이 법적으로 정당한만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하게 맞섰다.

프로연맹이 중재에 나서 성남시와 3차례의 공식면담을 가졌지만 큰 소득이 없었고 경기장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한 일화는 홈경기를 치르지 못할 위기까지 몰렸다.

결국 이번 사태는 `2002년 6월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프로연맹의 명의로 경기장을 사용하되 이후의 문제는 프로연맹, 성남시, 일화, 성남축구사랑 모임이 함께 논의한다'는 중재안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이는 축구계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행사인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열기를 살리고 월드컵 이후의 경기장 사용 문제를 프로연맹 등 4자의 협의가 있어야 한다는 조항을 넣어 시의 일방적인 행정을 막아야 한다는 시와 축구계의 입장이 동시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재연될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일화는 `2002년까지'라는 시한부 승인 조항 때문에 내년에 다시 경기장 사용 문제가 불거져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박규남 일화단장도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합의는 했지만 불만은 있다. 내년에다시 이 문제가 제기된다면 법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기독교 단체의 반발도 예상된다.

여전히 일화의 연고권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기독교단체가 성남시와 축구계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경기장 안팎에서 경기 반대 집회를 연다면 축구계와 충돌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태의 피해자인 일화는 수준 높은 경기로 많은 팬들을 확보, 전 성남시민의 사랑을 받는 구단으로 거듭나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서울=연합뉴스) 최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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