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PDA, 디지털 전략상품 급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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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용 개인정보단말기(PDA)업체인 제이텔의 신동훈 사장은 요즘 PDA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스스로도 놀란다.

제이텔은 1999년 한 홈쇼핑 케이블TV에 제품 홍보차 나섰다가 불과 24대만 파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올초 같은 시간대에 다시 나갔을 때는 30분 만에 8백대를 팔았다.

수출 실적도 수직 상승하고 있다. 신사장은 "올들어 수출상담 건수가 월평균 30~40건으로 지난해보다 서너배 늘었다" 며 "최근 미국의 한 회사와 10만대 수출 가계약을 했다" 고 밝혔다. 이는 이 회사의 지난해 전체 수출물량 5만8천대보다 많은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수출품에는 모두 이 회사가 자체 개발한 PDA 운영체제인 '셀빅OS' 가 장착됐다는 사실. 신사장은 "포스트 PC의 대표주자인 PDA는 아직 시장 초기인 데다 독점적인 OS가 없어 노력만 하면 국내 업체가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도 있다" 고 말했다.

PDA가 국내 정보통신업계의 차세대 디지털 전략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내수와 수출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관련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해 국내 PDA 시장 규모는 약 8만여대. 올해는 3백% 이상 늘어난 30만대로 예상된다. 수출도 지난해보다 서너배 늘어 3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쓰임새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이미 영업직원 등 외근을 하는 사람들에게 PDA는 '주머니 안의 PC' '손 안의 인터넷' 이란 애칭으로 불리며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손쉽게 가지고 다니면서 문서작성.e-메일 검색 등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 서비스센터 요원들과 삼성생명.현대해상화재의 보험설계사들에게도 PDA는 필수품이다. 전국의 우체국 집배원 1만3천여명도 연내 PDA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각 분야로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정부도 PDA산업 키우기에 적극 나섰다. 정보통신부는 올해 2백10억원을 비롯, 3년간 1천억원을 투입해 PDA용 소프트웨어.하드웨어 핵심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PDA 해외마케팅 기술지원센터' 도 설립.운영할 계획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동원 팀장은 "기존 PC산업의 경우 국내 업체는 하드웨어에 주력했지만, PDA는 정부지원만 적절하다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양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고 설명했다.

특히 업계는 PDA의 세계적인 제품개발 트렌드가 이동통신과 결합하는 추세여서 시장성이 더욱 크다고 전망한다.

이동통신 기술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세계 정상급으로 인정받는 데다, 해외 업체들이 이동전화 겸용 PDA를 상품기획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과 달리 국내 업체들은 이미 제품을 출시했거나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싸이버뱅크는 28일 휴대폰 겸용 PDA인 'PC이폰' 을 내놓았으며, 세스컴도 이달말께 한국통신프리텔에 같은 기능을 가진 제품 '럭시안' 을 공급할 예정이다.

하지윤.원낙연 기자hj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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