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인니] 下. 정치가 경제 '발목'

중앙일보

입력

92년 인도네시아 원조자문단(CGI)으로 이름이 바뀐 이 기구는 매년 50억달러씩을 인도네시아에 쏟아부었다. 이 돈의 상당 부분은 경제개발에 쓰였지만 그에 맞먹는 거액이 '통치자금' 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국가 부채는 95년 1천50억달러였고, 지금은 1천5백억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인도네시아 도시빈민연합의 와르다 하디즈 연구부장은 "채무액 중 상당 부분이 '석유 현물상환' 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자금" 이라고 말했다.

자원을 빼앗긴 이유는 또 있다. 서방에 대한 자원개발 의존이다. 탐사부터 시추까지 모두 석유 메이저가 맡는다. 이들은 석유 생산량의 17%만 로열티로 인도네시아에 지급할 뿐이다. 경제지표도 엉망이다.

한때 500선을 웃돌던 자카르타 종합주가지수는 300선으로 가라앉은 지 오래다. 올해 물가상승률도 9.4%에 육박하고 있고 이자율도 15%대를 넘보는 형편이다.

와히드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면서 경제개혁 정책이 흔들리는 것도 문제다.

센트럴 아시아 은행을 외국에 매각하는 문제가 의회의 '태업' 으로 지연되면서 은행 구조 개선 작업은 표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적(政敵)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핵심 경제각료직에 정치인을 임명하는가 하면 어렵게 마련된 중앙은행 독립법안이 폐기 위기에 놓여 있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경제는 다시 정치를 부패시키는 악순환이 현 정권 아래에서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sk427@netvigat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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