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모시려 파업일까지 바꾼 금속노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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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민주노총 금속노조(위원장 박상철)가 13일 하루 전국 159개 사업장에서 심야노동 철폐 등을 주장하며 파업을 벌인다. 이번 파업에는 현대·기아차 등 금속노조의 핵심 지부들도 참가한다. 금속노조의 대규모 파업은 2008년 이후 4년 만이다.

 12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10~11일 진행한 조합원 투표에서 82.1%의 찬성률로 총파업이 가결됐다.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 ▶원·하청 불공정거래 근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조법 전면 재개정 등이 주요 요구사항이다. 금속노조는 13일에 1차로 주야 각 4시간씩 파업을 벌인다. 금속노조 측은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으면 20일에 2차, 다음 달에 3차 파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계는 우려를 표시했다. 현대·기아차는 “13일 하루 파업으로만 현대차 4300대(880억원), 기아차 2700대(470억원)의 생산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황인철 한국경영자총협회 홍보본부장은 “많은 준비기간이 필요한 주간 연속 2교대제를 당장 수용하라는 것은 무리”라며 “대선 정국을 겨냥한 정치 파업 아니냐”고 주장했다.

 노동계에서는 금속노조가 파업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현대·기아차 지부 동참에 각별히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업 돌입일을 당초 4일로 잡았다가 현대·기아차 노조의 파업 준비 일정에 맞춰 13일로 바꿨다는 것이다. 그만큼 현대·기아차 지부가 차지하는 인적·물적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기아차 조합원은 7만여 명으로 금속노조 전체의 절반 가까이 된다. 다른 기업에 비해 임금이 높은 편이라 금속노조에 내는 조합비 비중도 절대적이다. 양 지부의 올해 ‘조합비 예산 편성’에 따르면 현대차는 약 119억원, 기아차는 약 90억원의 조합비를 걷어 금속노조에 납부한다. 350억원대인 금속노조 전체 예산의 60% 가까이 된다. 금속노조는 이 돈의 54%를 각 지부에 다시 돌려준다. 이 과정을 통해 금속노조는 현대·기아차 지부가 낸 돈 중 89억원가량을 갖게 된다.

 금속노조는 이 자금 중 일부를 민주노총에 내고 있다. 지난해만 24억원을 납부해 2위인 공공운수연맹(11억원)보다 두 배 이상 됐다. 이 때문에 현대차 내부에선 “우리가 (상급조직의) 봉이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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