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호장룡' 美서 '대박'…1억달러 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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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출신 리안(李按) 감독의 '와호장룡' (사진)이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선전을 거듭하더니 이번에는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지난주말 현재 1억 달러의 흥행기록을 세웠다.

작품상·감독상 등 올해 아카데미 10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있는 '와호장룡' 은 영어가 아닌 언어로 제작돼 자막처리한 작품으로는 첫 블록버스터가 된 셈이다. 현재 이 영화는 미국 전역에 걸쳐 1천7백개 관에서 상영되고 있다.

장쾌한 중국 대륙을 배경으로 한 무협 서사물인 '와호장룡' 은 로맨스는 물론 페미니즘적 요소까지 갖춘 '특별한' 영화라는 평을 미국에서 받고 있다.

특히 '매트릭스' 에서 소개돼 관심을 끈 와이어 액션이 '와호장룡' 에 본격 등장하면서 미국 관객들이 할리우드식 주류 블록버스트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함을 만끽하고 있다는 풀이다.

미국 영화계의 분석에 따르면 '와호장룡' 은 미국 여성들과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데 젊은이들에겐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오르는 동양 무술이, 여성들에겐 장쯔이의 애달픈 사랑이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 관객들은 자막 처리한 영화에 대해 심한 거부반응을 보여왔다. '와호장룡' 은 미국인들에게 자막 영화를 복합상영관에서 보는 것도 괜찮다는 점을 깨우쳐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60∼70년대 구로자와 아키라.페데리코 펠리니.잉마르 베리만 등 거장들의 작품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외국어 영화가 황금 시대를 누린 이후 처음 있는 사건이란 게 할리우드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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