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경제력 15-20년내 홍콩 추월'

중앙일보

입력

중국 상하이(上海)가 15-20년내 홍콩을 경제적으로 추월할 수 있다는 내용의 홍콩 정부 보고서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홍콩무역발전국의 렁 호이콕 수석 경제 연구원은 19일 내놓은 '홍콩 대(對) 상하이' 제하 보고서에서 상하이의 경제 성장이 예상대로 지속된다면 빠르면 15년내에 홍콩을 경제적으로 압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렁 연구원은 그러나 '상하이의 성장 속도가 예상외로 둔화될 경우 홍콩 추월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며 홍콩은 여전히 대륙 진출의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두 도시의 국내총생산(GDP)과 1인당 GDP를 비교, 15-20년 후의 수치를 예측했다. 렁 연구원은 그러나 상하이가 앞으로도 지난 10년간의 고속 성장을 유지할지 예상하기 힘들며 홍콩 역시 아시아 국가들을 강타한 금융위기의 여파로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상하이의 경제력이 홍콩을 추월해도 막대한 시장을 가진 중국이 두 도시의 '중간자' 기능을 모두 흡수, 상하이와 홍콩이 '경쟁'보다는 '보완'적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하이는 양쯔(揚子)강 유역 개발에 집중, 국제화 센터로 발돋움하고 있고 홍콩도 주(珠)강 삼각주 지역개발에 주력,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해 가는 등 두 도시가 지리적 위치상 '전략적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화물터미널' 등 운송문제 역시 두 도시의 공동 운명체적 관계를 보여준다. 홍콩은 인근 경제특구인 선전(深< 土+川 >)의 항구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며 상하이도 84년 연해 항만도시로 지정된 저장(浙江)성 닝보(寧波) 등 인근 항구들의 도전을 받고 있어 두 도시간 동반관계 구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만간 실현될 것으로 보이는 위앤화 변동폭 확대 역시 두 도시간의 거리를 좁혀 줄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보고 있다. 홍콩달러는 위앤화의 자유 태환이 확대될수록 경쟁적 우위가 점차 줄어들기 때문이다.

홍콩중문(中文)대학 경제학과의 리우 춘-와 교수는 '홍콩은 금융시장이나 정보통신산업등의 발전 등에서 상하이를 따돌릴 수 있으나 ▲교육문제 ▲공해 ▲천정부지의 부동산 가격 등에서 상하이에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상하이가 현재 항만시설 등 운송 산업 확충에 진력하고 있으나 닝보 등 인근 도시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앞두고 있는 점은 홍콩에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이 도시들은 홍콩이 상하이와 달리 심해(深海) 자연항을 갖추고 있는 데다 상하이가 잠재적 경쟁자라는 점에서 홍콩을 교역 항구로 활용할 여지가 높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한편 대만 대륙위원회도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로 예상되는 중국과 대만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홍콩의 무역중개지로서의 역할이 중국의 동부 연해도시들로 분산, 대체되기 시작해 10년 뒤에는 상하이가 홍콩을 제치고 외국기업의 중국 진출 관문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홍콩=연합뉴스) 홍덕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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