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A타입' 영재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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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하게 조급하고 참을성이 없고 경쟁적이고 공격적인 성격을 지칭하는 심리학 용어는? ''A타입'' 이다. 그 반대의 느긋한 성격은? ''B타입'' . 1959년 심장의학자인 프리드먼과 로젠만의 논문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다.

A타입은 심장병(관상동맥 혈전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논문의 주장. 서구에서 심장병은 사망원인 제1위로 꼽히므로 이후 30여년간 수많은 후속연구가 이뤄졌다. 결론은 그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최초의 연구에서 표본 선정이 잘못됐다는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type A'' 와 ''type B'' 는 영어사전에 표제어로 오를 만큼 일반화됐다. 미국의 과학저널리스트 제임스 글릭은『빨리 빨리!』(이끌리오)에서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A타입은 심장병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 사회, 우리 시대 전체를 말이다. "

최근의 영재교육 열풍을 보면서 한국인의 조급증, 경쟁심에 대해 다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7일 MBC 9시 뉴스는 1~3세의 유아들까지 부모 손에 이끌려 영재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재판별 테스트를 받기 위해 2~3개월씩 기다려야 할 정도라고 한다. 내년 3월의 영재교육진흥법 발효를 앞두고 적기교육이 아닌 조기교육을 서두르는 A타입 부모 때문이다.

사고와 인간성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신경회로는 3~6세에 최고조로 발달한다고 한다. 이런 시기에, 아니 그보다 일찍부터 교육을 강요하면 어떤 결과가 오는가? 공격성향이 증가하고 스트레스 때문에 뇌가 손상될 수 있다(본지 3월 8일자 45면). A타입 부모에 의해 무리하게 영재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더욱 조급하고 공격적인, ''특A타입'' 으로 자라나지 않을까.

위의 제임스 글릭의 저서는 ''느림의 미학'' 을 주장하는 세바스티안 그라지아를 인용하고 있다. "국민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으로 그 나라의 내적 건강도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자리에 누워 생각에 잠기고, 목적지 없이 산책하고, 커피를 마시며 앉아 있을 수 있는 능력으로 말이다. 왜냐하면 하고 싶은 생각을 그냥 자유롭게 하면서 아무 일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과 평화롭게 지내는 사람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

우리는 우리 자신과 평화롭게 지내는가. 우리 자식들이 그러기를 바라는가. 무엇보다 우리 아이는 영재가 맞긴 맞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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