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극심했습니다. 우리의 마음도 바짝바짝 말라 갔습니다. 본격 여름 더위에 들어가는 계절입니다,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이 달의 책’ 7월 주제로 ‘마음의 피서’를 선정했습니다. 혹서(酷暑)의 괴로움을 잠시 잊게 할 청량한 신간을 골랐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뜨겁게 돌아가도 우리의 마음을 시원하게 식힐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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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의 기술 1·2
채드 하바크 지음
문은실 옮김, 시공사
각 권 442·439쪽
각 권 1만2000원
그때는 그랬다. 세상이 참 쉽게도 무너졌다. 실연에도 좌절에도, 20대의 관문을 통과하는 젊음은 쉽사리 무너져 내렸다. 두려움 없이 온 마음을 다해 모든 걸 걸었던 열정의 반작용일 터다.
주인공 헨리 스크림샌더의 낙폭은 더 컸다. 미 웨스티시대 야구부 유격수인 헨리는 야구 빼고는 ‘시체’인 인사다. 그 헨리가 ‘전설의 유격수’ 아파리치오 로드리게스가 대학 시절 세운 유격수 연속 무실책 기록(50경기 연속)과 동률을 이루며 기록 경신을 눈 앞에 두자 메이저리그 구단의 러브콜이 쏟아진다.
하지만 악송구 하나가 모든 걸 바꿔버렸다. 헨리가 던진 공이 룸메이트자 팀 동료인 오웬의 머리를 강타한 사고가 발생한 뒤 헨리는 슬럼프에 빠진다. 야구를 포기하겠다며 식음을 전폐하고 헨리를 발군의 유격수로 키워낸 주장 마이크 슈워츠와의 관계도 삐걱대기 시작한다.
제대로 뒤통수를 때린 불운에 헨리는 꿈과 생활을 모두 내던진 채 방황하고 방황하고, 또 방황한다. 흔들리고 아파하며 좌충우돌하는 청춘은 헨리만이 아니다. 로스쿨 진학이 좌절된 마이크와 실패한 결혼의 상처를 안고 있는 펠라, 총장과 동성애에 빠진 오웬까지. 미숙한 영혼들은 삶이 휘몰아 온 위기 앞에 제각각 휘청댄다.
책의 제목인 ‘수비의 기술’은 인생이라는 그라운드에서 우리를 향해 날아드는 수많은 타구(위기)를 수비하는 기술로 읽힌다. 마이크는 “야구는 고립된 싸움의 연속이다. … (중략) … 야구를 할 때는 서서 기다리며 마음을 고요히 유지하려고 애써야 했다. 자기의 순간이 왔을 때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왜냐하면 그 순간을 그르쳤다가는 누가 저지른 짓인지 모를 사람이 없게 뻔히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마이크의 말을 되새김질하자면 야구는 인생과 닮았다. 삶이라는 필드 위에서 각자 고독한 게임을 치른다는 점에서다. 그러니 실책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영혼이란 사람이 처음부터 지니고 태어나는 게 아니라, 노력과 실수, 학습과 사랑을 통해 만들어가야만 하는 것’이라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