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 위기감 고조…정부도 갈팡질팡

중앙일보

입력

(도쿄 AFP 교도=연합뉴스) 일본의 재정이 붕괴 상황에 근접했다는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재무상의 발언을 계기로 일본경제에 대한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야자와 재무상은 지난 8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 "국가 재정이 현재 비정상적이며, 붕괴에 거의 근접한 상태"라고 말했으며, 이는 곧바로 동경 외환시장에큰 충격을 안겼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일본 정부가 뒤늦게 미야자와의 발언은 10년내지 20년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를 가정한 미래의 문제에 관해 언급한 것이라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미 달러화에 대한 일본 엔화 환율은 이날 19개월만에 최저치로 급락했다.

미야자와 본인도 9일 오전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국가 재정상황에 관해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한 데 대해 사과한다"며 "전에 말해 왔던 것을 반복하려 했던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경제재정담당상도 이날 "엔화의 약세를 반기지 않는다"면서 "디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엔화 약세를 사용하려는 발생도 의심스럽다"고 언급, 미야자와의 발언에 제동을 걸었다.

일부 분석가들은 그럼에도 불구, 미야자와의 이번 발언은 일본정부가 더이상 대규모 지출정책 또는 긴급원조를 실시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정부는 그간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재정지출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에도 불구, 오랜 침체에 빠진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재정지출을 확대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일본 야당들도 미야자와의 발언을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추가적인 세금인상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의혹을 눈길을 보내고 있다.

앞서 미야자와 재무상은 지난 6일 예산위원회에서 "경제가 매우 심각한 후퇴국면에 빠져있다"고 발언,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미야자와의 이런 시각은 일본경제가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조심스레낙관론을 펼치고 있는 일본정부의 기존 입장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일본정부는 또한 날로 증가하는 부채문제에 대처하기에 앞서 지속가능한 경제회복을 이뤄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는데, 국가채무의 대부분은 경기 부양을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일본 금융청은 이날 긴키 오사카은행, 히가시-니폰은행, 간사이 사와야카은행등 3개 지방은행에 920억엔(미화 7억7천만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집권 자민당과 연립정당은 증시 부양과 소비 촉진 조치가 포함된긴급 경제 종합정책의 발표를 계획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오는 12일 GDP(국내총생산) 통계수치를 발표할 예정인데, 지난해 10월∼12월중 일본경제는 침체상황에서 다소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