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 비법 전수합니다” 대학 동아리 모집 경쟁률 10.8대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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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0.8대1.

 대기업 입사 경쟁률이 아니다. 대기업·컨설팅회사같이 소위 ‘잘나가는 회사’에 다니는 선배들이 프레젠테이션 비법을 전수한다는 연세대 내 한 마케팅학회의 모집 경쟁률이다. 조정희(23·연세대 영어영문학과 4)씨는 지난해 3월 경쟁을 뚫고 이 학회에 들어갔다. 졸업을 앞두고 프레젠테이션 능력을 쌓기 위해서였다. 조씨는 “매주 있는 사례 발표를 준비하기 위해 일주일에 2~3일은 밤을 새울 정도로 힘들었지만 프레젠테이션 능력은 취업 과정에서 필요하기 때문에 빠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프레젠테이션은 이제 팀장이나 임원들만의 숙제가 아니다. 입사 면접에 토론이나 프레젠테이션 면접이 포함되는 것은 물론 각종 공모전 입상 경력 역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취업 준비생들의 스펙엔 프레젠테이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동아리나 학회 활동이 추가됐을 정도다. 올해 상반기 대기업 공채에 합격한 임희현(24)씨는 “경영학회에서의 발표 경험이 면접 과정에서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기업에서도 공식 석상에서 젊은 직원들을 발표자로 세우는 일이 잦아졌다. 지난 2월 삼성전자의 스마트TV 전략 발표 간담회에도 대리급 직원들이 연사로 나왔다. 과거엔 사장 같은 고위 임원이 나오던 자리에 입사 5년차 안팎의 초년병들이 나온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회사의 혁신성을 강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광고회사 이노션은 2007년부터 사내 프레젠테이션 경연대회를 열고 있다. 개인이나 팀이 여행·문화 체험에 관한 계획을 발표하면 그중 1개 팀을 뽑아 2주간의 휴가와 함께 최대 1000만원까지 비용도 지원해준다. 직원들의 창의력과 프레젠테이센 능력을 동시에 계발할 수 있다는 게 이노션 측 설명이다.

 덕분에 스피치 전문학원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드림스피치학원 박상현(33) 원장은 “2~3년 사이 스피치학원이 2배 이상 늘었다”며 “그래도 방학 때면 대학생들이 몰려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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