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동영상, 8초간 '침묵'…무슨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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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뉴욕 클리오 광고제에서 수상한 직후의 김휘용씨.

한국인 유학생이 세계 유수의 광고제로 꼽히는 ‘클리오’와 ‘원쇼’ ‘ADC’ 등에서 7관왕을 차지해 국제 광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뉴욕의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VA)에서 광고를 전공하는 대학생 김휘용(25)씨의 얘기다.

김씨는 올 들어 5개 광고제에서 7회 수상했다. 특히 학생이 전문가들만 진출해 순위를 다투는 ‘프로페셔널 부문’에서 수상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광고계의 평가다. 김씨는 “프로들과 어깨를 겨뤘는 데도 상을 받아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씨가 만든 작품 중 하나는 지난해 10월 췌장암으로 사망한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추모하는 ‘스티브 잡스, 침묵의 순간’이다. 모두 80초짜리 동영상엔 잡스에 관한 설명과 함께 음악이 나온다. 그 중간 잡스의 모습이 담긴 아이팟이 나오면서 8초간 침묵이 흐른다. 잡스가 암으로 투병한 8년을 의미한다. 이 작품은 그의 홈페이지(www.stevejobsmomentofsilence.org)에 공개됐고, 99센트에 살 수도 있다. 김씨는 판매 수익금 전부를 췌장암을 연구하는 기관 3곳에 기부할 예정이다.

김휘용씨의 작품 ‘The Steve Jobs Moment of Silence’ 중 일부. 잡스의 모습이 담긴 음악을 구매하면 수익금 전액이 췌장암 연구센터로 기부된다.

 이처럼 김씨의 광고는 보는 데 그치지 않고 구매·기부로 이어질 정도로 고객 마음을 이끈다. 그는 이 작품으로 ‘원쇼’에서 1등, ‘클리오’에서 은상, ‘ADC’에서 은상을 각각 수상했다.

 김씨는 중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간 ‘조기 유학파’ 출신이다. 원래는 UC 샌터바버라 대학에 입학해 법철학을 공부했다. 그러다 2008년 어릴 때부터 꿈꿔온 광고에 대한 열망을 버리지 못해 대학을 자퇴하고 뉴욕으로 날아갔다. 학교를 그만둔 사실을 뒤늦게 안 부모로부터 한동안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 그래서 더 독하게 광고 작업에 매달렸다. 최근엔 일이 많아 일주일 동안 수면시간이 모두 합쳐 열 시간 남짓밖에 안 된다. 김씨는 한국에 돌아가 ‘진짜 광고인’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그는 “광고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라며 “한국 광고시장은 주로 상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데만 관심이 쏠려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내가 만든 광고에 사람들이 영감을 받고, 또 그로 인해 세상을 바꾸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게 김씨의 포부다.

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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