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구단은 다음에 … 칸막이 치는 구단, 뒷짐 진 KBO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이 유보됐다. 앞으로 몇 년간 9개 홀수 구단으로 리그를 이끌어가는 ‘파행 운영’이 불가피해졌다. 일부 구단의 이기주의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허약한 조정력이 만든 결과다.

 KBO는 19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10구단 창단을 심의했으나 유보하기로 결론을 냈다. ‘당분간’이라고 했지만 올해 안에 10구단 창단을 다시 논의할 가능성은 없다.

 논의 유보는 롯데·삼성 등 몇몇 구단의 반대로 인한 결정이다. 이사회 전까지만 해도 KBO가 중립 성향의 두산·SK 등을 설득해 10구단 창단 발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창단 반대 구단의 목소리에 밀려 표결조차 하지 못했다. 10구단 창단을 앞장서 반대한 장병수(52) 롯데 사장은 “현실을 냉정히 봐야 한다. 선수 수급 문제로 인한 리그의 질적 문제, 야구장 인프라, 관중 동원의 한계 등을 고려할 때 10구단 창단은 5년 뒤에야 논의해야 할 일이다”라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논리가 유보 사유가 됐다. 이사회에서도 NC와 넥센을 제외한 구단들은 여러 정황을 살피며 ‘노선’을 정했다. “중요한 사안이니 충분히 논의해 만장일치로 통과하는 것이 좋다. 표결을 통해 10구단 창단 여부를 결정하면 이후 마찰이 생긴다”는 공감대는 10구단 창단 반대 의견에 힘을 실어줬다. 롯데가 NC 입성을 반대한 것처럼 일부 구단은 동종업계 라이벌이 10구단 창단에 관심 있다거나 동일 연고 지역에 10구단이 생길 수 있어 찬성보다 반대 쪽으로 기울어졌다고 한다.

 KBO는 이사회 뒤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53개인 고교 팀으로는 선수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프로야구의 질적 가치가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 아마야구의 여건 성숙과 구장 인프라 개선 등 제반 여건을 조성한 뒤 10구단을 창단키로 했다’고 유보 이유를 밝혔다. KBO는 이어 ‘아마야구 활성화를 위해 향후 10년간 고교 20개 팀, 중학교 30개 팀 창단을 목표로 ‘베이스볼 투모로 펀드’를 조성하겠다. 홀수 구단으로 인한 리그 운영상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월요일 경기와 중립지역 경기를 편성하는 등 제도적 장치도 검토하겠다’며 한 발 물러선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10구단 창단 승인 설득에 실패한 구본능 KBO 총재는 “조정력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프로야구선수협회는 강력 반발했다. 선수협은 “KBO가 일부 구단의 반대로 10구단 창단을 무기한 연기시킨 것에 분노한다. 올스타전과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가 거부를 비롯해 선수노조 설립 등 구단 이기주의에 맞서겠다”고 추가 대응을 시사했다. 10구단 유치에 적극 나섰던 전라북도와 수원시 역시 “10구단 창단이 유보된 것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팬들 역시 몇몇 구단의 이기주의를 비판하면서 구단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 KBO에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허진우·정종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