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실사구시' 정책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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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하기로 소문났던 삼성 라이온즈가 달라졌다.

지나치게 높은 선수 몸값으로 타 구단의 눈총까지 받았던 프로야구 삼성이 올시즌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는 매서운 칼을 휘둘러 팀 창단 19년만에 처음 선수단 전체연봉을 삭감하는 결단을 내렸다.

삼성은 최근 임창용을 비롯해 5명의 연봉 조정 대상자들과의 협상에서 모두 구단 제시액대로 연봉을 하향 조정하고 조정 신청을 취하했다.

국내 최고액인 3억원을 외치며 전지훈련을 중도 포기했던 임창용도 구단의 강경한 방침에 밀려 귀국 이틀 만에 구단 제시액인 1억8천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재계약 대상자들의 올시즌 전체 연봉은 20억3천725만원으로 지난 해 20억3천900만원보다 175만원이 줄었다.

수치상 삭감 폭은 0.1%에 불과하지만 삼성이 82년 이후 처음 선수단의 연봉을줄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재력이 든든한 모기업의 지원을 받고 있는 삼성은 그동안 '선 보상, 후 기대'방침으로 선수단에 풍족한 연봉을 지급했었다.

실력이 엇비슷하더라도 삼성 소속 선수의 연봉은 타 구단보다 높았고 트레이드나 자유계약선수(FA) 영입에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돈은 원하는 대로 줄테니 우승만 해 다오'라는 것이 삼성의 구단 운영방침이었지만 정작 경기 결과는 투자한 만큼 따라주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치게 융숭한 선수단 대접이 그라운드에서 승부욕을 떨어뜨려 경기력을 저하시킨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임영목 홍보부장은 "그동안 삼성은 `선 보상, 후 기대' 정책으로 선수들에게 후한 연봉을 지급했지만 팀 성적 향상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올시즌 삼성의 연봉 삭감률은 0.1%였지만 선수들이 협상 테이블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급격히 떨어졌었다.

이제는 실력에 걸맞은 연봉만을 지급하겠다는 구단의 입장 변화에 삼성 선수들이 어떻게 거듭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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