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따로,입주자모집공고 따로…'이상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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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신문을 보다가 문득 궁금한 게 있어서요. 신문에 아파트 분양공고(입주자모집공고)를 게재하자나요. 그런데 부산·천안에서 분양하는 단지인 데 왜 지역 신문에 안 내고 왜 서울·수도권에 주로 배달되는 신문에 내는 거죠?”

한 독자가 신문을 보다 궁금한 게 있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입주자모집공고를 왜 해당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발행되는 신문에 내느냐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방에서 분양하는 사업인데 서울 등에 주로 배달되는 일간신문에 모집공고를 내는 일이 많다.

그래서 건설업체 직원에게 물었다. “지역마다 차이가 좀 있지만 아무래도 지역에서는 지역신문을 많이 봐요.”

광고 수정 등의 물리적 원인 때문

그런데 왜 서울·수도권 등에 주로 배달되는 신문에 입주자모집공고문을 게재할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첫째는 물리적인 요인이다.

모집공고를 게재하려면 해당 자치단체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승인이 대개 분양 일정에 딱 맞춰 난다. 예컨대 내일이 견본주택 오픈일이면 오늘에야 모집공고 승인이 난다. 그것도 오후 늦게.

대부분의 건설업체 분양 담당 직원들이 “공무원이 자기 퇴근하기 직전에 도장 찍어 던져주고 간다”고 불만을 토로할 정도다. 그러면 건설업체는 밤새 모집공고를 만들어 다음날 배달되는 신문에 게재한다.

일정이 촉박하고 모집공고 자체가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신문에 게재한 뒤 혹시 있을 오·탈자를 바로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아무래도 건설업체 본사가 있는 서울·수도권에서 발행되는 신문이 유리하다.

해당 지역 신문의 경우 광고 담당자가 서울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신문에 게재된 모집공고 오·탈자를 수정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어렵다는 게 분양 담당자들의 설명이다.

깜깜이 분양 때도 타지역 신문에 게재

다른 이유는 광고 단가다. 일부 지역 신문의 경우 광고비가 흔히 말하는 메이져 신문 수준에 육박한다. 그런데 모집공고를 이렇게 비싼 돈을 내고 싫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광고로서의 의미보다는 법적 절차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업체 분양 관계자는 “모집공고 때문에 아파트에 청약하고나 분양 받겠다고 결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아파트를 집중 소개할 수 있는 일반 신문·TV 광고나 신문 전단, 인터넷 홈페이지 등이 분양 홍보에 더 유리하다”고 말한다.

광고 효과가 없는 데 굳이 큰 돈 들여서 모집공고를 지역 신문에 게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부산 등 지방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라도 서울·수도권에서 발행되는 일간신문에 모집공고를 게재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이건 다른 얘기지만 이런 이유도 있다. 이른바 깜깜이 분양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다. 청약은 대충 받고 선착순으로 아파트를 분양하는 것을 깜깜이 분양이라고 한다.

이 경우 관련 절차상 모집공고를 꼭 내긴 해야 하니 일부러 사람들이 많이 보지 않는 작은 일간신문에 모집공고를 내는 것이다. 한 분양대행업체 관계자는 “지역과 상품 특성상 청약보다 선착순 분양이 효과적일 때가 있다”며 “이 경우 모집공고는 대개 해당 지역과는 거리가 먼 지역의 일간신문 등에 게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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