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째 맞은 한불음악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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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래마을 몽마르트 언덕에서 열린 제5회 한불음악축제 현장. 한국인과 외국인들이 다양한 공연을 펼쳤다.

지난 9일 오후 4시 반포4동 몽마르트 언덕에서 노랫소리가 울려퍼졌다. ‘제5회 한불음악 축제’를 찾은 사람들은 관객석뿐 아니라 주변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었다. 한국인 외에도 갈색머리·파란눈의 외국인들도 눈에 쉽게 띄었다.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나온 어린아이부터 젊은 연인, 나이 지긋한 부부도 있었다. 공연을 지켜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공연장 앞·뒤편에서 그저 음악소리를 들으며 자유롭게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었다.

공연장에선 ‘샹송 경연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예선을 거친 고등·대학생 10명이 참가했다. 1등에겐 항공권을 포함한 ‘프랑스 한 달 체류 장학금’을, 2등에겐 항공권과 전세계 학생들이 참가하는 교류 프로그램 ‘알롱장 프랑스’에 참가할 기회를 준다. 화려한 시상품 내역 때문인지 참가자들은 긴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모두 갈고 닦은 실력을 뽐냈다.

마크 샤바뉴(52)·김윤옥(38) 부부는 자녀들과 대회를 지켜보고 있었다. 프랑스인인 남편 샤바뉴씨는 “샹송을 들으니 15년 전 떠나온 프랑스 생각이 많이 난다. 방금 전 참가자가 부른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가 가장 인상 깊었다”며 “가족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축제여서 더욱 좋다”고 말했다.

경연대회가 끝난 후, 프랑스학교 학생들의 사물놀이·합창단 공연이 이어졌다. 초등학교 2학년 학생 40여 명이 2개 조로 나눠 사물놀이를 선보였다. 고사리 손으로 채를 잡고 꽹과리·북·장구·징을 쳤다. 공연이 끝나니 집중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다시 또래 어린아이로 돌아가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일도 쑥스러워 했다. 그 모습에 관객들은 박수와 함께 환한 웃음으로 답했다.

관객석 뒤편에는 세계음식을 맛볼 수 있는 부스가 설치돼 있었다. 프랑스·터키·페루·영국 등 다양한 국가의 전통음식들이 선보였다. 부스마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한국 전통놀이 ‘투호’와 공을 던져 승부를 내는 프랑스 전통놀이 ‘페탕크’ 체험장도 있었다. 각각 캐나다와 미국에서 온 앤드류 퍼지(33)·함은주(28)씨는 “전통 음식을 맛보고 음악을 들으며 함께 놀이도 할 수 있어 너무 즐겁다"고 전했다.
대학원생 정다솜(27)씨와 직장인 주희영(27)씨는 이 축제를 처음 찾았다. 이들은 “여러 나이대가 어우러진 축제라는 느낌이 든다”며 “집 근처에서 이런 행사가 열려 동네 부담없이 참여했다”며 웃었다.

프랑스학교 학생들의 공연이 끝나자 샹송 경연대회 결과가 발표됐다. 1등은 대회 마지막 참가자 윤소영(23·이화여대 불문과4)씨가 차지했다. 윤씨는 아바의 ‘머니머니머니’를 프랑스어로 불렀다. 공연 당시 박력 넘치는 목소리와 자연스러운 표정 연기를 하던 그였지만 수상 소감을 말할 땐 수줍음 많은 여학생으로 변했다. 윤씨는 “정말 기쁘다. 프랑스에 가면 평소 관심이 많았던 프랑스 책을 많이 읽어보고 싶고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왔었던 친구들도 만나보겠다”고 전했다.

글=조한대 기자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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