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한국21' 지원금 흥청망청 쓴다

중앙일보

입력

A대 공대 박사과정을 마치고 지난해 초부터 지도교수의 벤처기업에 근무하는 L씨(28). '두뇌한국(BK.Brain Korea)21' 사업의 연구조교로 등록돼 국가에서 매달 60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

BK21 운영지침에 따르면 L씨는 '주 40시간 이상 대학원에서 수업과 연구에 전념' 해야 한다.

그러나 그는 "회사업무에 바빠 논문 준비는커녕 학교에 가본 지도 오래 됐다" 고 취재팀에 고백한다.

L씨는 "교수님이 BK 지원대상에 등록시키더니 회사 월급을 끊었다" 며 "국가에서 사기업의 월급을 내주는 셈" 이라고 말했다.

이 벤처기업에서 BK 지원금을 받는 직원만 5명. 지도교수는 "벤처 근무도 연구과정이라고 생각해 배치했다" 고 말했다.

지난해 말 미국으로 단기연수를 갔던 B대 박사과정 P씨(30). 현지에서 지도교수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BK21 해외연수 지원을 받게 해줄테니 오래 있다가 오라" 는 것. 체류 두달 동안 P씨가 쓴 경비는 1만달러(1천2백만원).

BK21 지침상 6개월 이상 체류해야만 1만달러까지 지급된다. 그러나 P씨는 "6개월 체류한 것으로 서류를 꾸며 돈을 다 받아냈다" 고 털어놨다.

'국제경쟁력을 갖춘 연구인력 양성' 을 목표로 교육부와 학술진흥재단에 의해 1999년부터 시작된 BK21사업. 관련 대학에 1년6개월 동안 투입된 3천4백억여원의 국고가 이렇게 곳곳에서 새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 교수가 돈을 멋대로 사용하는가 하면, 교수.대학원생들이 나눠 갖는 일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업비의 70% 가량이 인건비조로 지원되는 데다 '연구여건 조성' 이라는 사업의 성격상 뚜렷한 결과물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탈법도 흔하다. 대학본부에서 대학원생의 통장에 직접 입금하게 돼있는 지원금을 교수가 다시 거둬 지원대상이 아닌 학생에게까지 나눠준다.

심지어 교수가 학생명의의 가짜 계좌를 만들어 관리하는 사례도 취재 결과 확인됐다.

그러나 감독인력은 태부족이다. 학술진흥재단 BK21사업 지원부의 상근 인력은 7명. 73개 대학의 3백86개 사업단(몇개 학과 등이 연합한 연구단위)이 참여한 방대한 사업을 감독하기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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