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위기의 진짜 원인 ‘네 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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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한국시간) 금융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스페인이 은행보다 큰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제금융 1000억 유로(약 147조원)를 요청하게 된 은행 부실은 스페인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의 일부에 지나지 않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네 가지’를 꼽는다. 부동산 거품 2차 붕괴, 중앙정부 재정위기, 경기침체·고실업, 지방정부의 방만함이다. 로이터통신 등은 “네 가지 문제 때문에 은행 부실이 발생했다”며“1000억 유로 투입은 대증(對症)적 처방”이라고 평했다. 병의 원인을 제거하기보단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처방일 뿐이란 얘기다.

 네 가지 화근은 서로 맞물려 있다. 2007년 외국 자본이 스페인 부동산 시장에 밀려들었다. 서유럽에서 가장 지독한 거품이 일었다. 이게 2007년 이후 붕괴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해준 은행들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로이터통신은 “2008년 말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시중은행 파산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며 “스페인은 그 선언에 따라 흔들리는 은행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재정위기의 시작이다.

 그리스 재정위기 이후 EU 회원국들은 대대적으로 재정 개혁에 뛰어들었다. 정부 지출이 줄자 실물경제가 침체에 빠졌다. 시민들이 반발하자 이번엔 지방정부가 복지 예산을 더 늘렸다. 이렇게 지방정부마저 재정위기의 늪에 빠졌다. 또 경기침체는 부동산 값 하락을 부채질했다. 은행 부실이 다시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유다.

 WSJ 등은 “스페인이 이번엔 은행을 구제받았지만 (네 가지가 해결되지 않으면) 나중엔 스페인 자체가 구제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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