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경기둔화 너무 빨라 일시적으로 통화 풀어야"

중앙일보

입력

지난 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이사회와 한국정부의 연례협의에서 우리 경제는 지난 3년간 구조조정 노력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최근 경기둔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지난해(9.5%) 절반수준인 4%대로 추정하고 재정지출과 통화량을 늘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라는 주문은 그같은 시각을 반영한 것이다.

이사회는 특히 통화신용 정책과 관련, 한국은행에 대해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근 성장률이 너무 급하게 떨어지는 만큼 일시적으로 통화를 풀 생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사회는 한국기업들이 아직 부채비율이 높고 수익성이 낮다는 점을 걱정하며 보다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가려내 신속하게 처리하라는 것이다.

이사회는 이를 위해 법정관리를 좀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사전조정제도 도입과 기업도산제도를 하루 속히 개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구조조정 과정에 외국인들의 참여를 좀더 적극적으로 유도할 것도 권했다.

이사회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 방안 등 정부개입의 불가피성을 인정한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같은 날 씨티은행 서울지점 김종만 이사는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는 주채권 은행의 추천으로 어느 기업이라도 포함될 수 있는 만큼 현대전자만을 위한 특혜는 아니다" 고 밝혔다.

씨티은행은 현대전자에 대한 8천억원 규모의 협조융자를 주관한 바 있다.

정부는 IMF이사회 및 씨티은행 등이 잇따라 이같은 입장을 확인한 것은 최근 미 무역대표부(USTR)대표 지명자인 로버트 졸릭의 발언을 계기로 불거진 한.미 통상마찰 소지를 불식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