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금리 5.45%… 연일 처저치 경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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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 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몰리면서 채권금리가 연일 사상 최저치를 바꾸고 있다.

국고채 금리는 드디어 5.5% 벽을 깨고 내려갔다. 세금을 떼고 나면 손에 쥘 수 있는 이자가 연간 4.6%에 불과한 초저금리다.

특히 국고채로만 들어오던 자금이 보다 높은 수익을 찾아 회사채 쪽으로도 흘러들어 회사채 시장이 점차 살아나고 있다.

◇ 채권금리 사상 최저치 행진〓돈의 힘으로 채권가격이 상승(금리는 하락)하는 유동성 랠리가 계속되고 있다.

국고채(3년물)금리는 2일 또 다시 0.15%포인트나 떨어진 5.45%를 기록, 연 3일째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회사채(3년물.AA-등급)금리도 0.19%포인트 하락한 7.08%로 6%대 진입을 눈앞에 두었다.

키움닷컴증권 주원 이사는 "채권시장에 머니게임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며 "미국의 금리인하에 따른 세계적인 저금리 현상과 더불어 한국은행도 곧 콜금리를 내릴 것이란 관측이 시장을 더욱 달아오르게 했다" 고 설명했다.

朱이사는 "정부의 자금시장 안정대책도 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는 부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일단 신용경색을 완화해 채권투자 붐을 일으키는 데 한몫 했다" 고 덧붙였다.

동양증권 김병철 채권운용팀장은 "마땅한 자금운용처를 찾지 못한 금융기관들이 앞다퉈 채권을 찾으면서 물량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며 "물량을 확보하고 보자는 조급증까지 나타나 지금으로선 채권금리의 바닥을 가늠하기 어려운 형편" 이라고 말했다.

◇ 살아나는 회사채 시장〓국고채 금리가 워낙 떨어지자 기관들은 회사채쪽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A급 우량 채권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때문에 이미 국고채 이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를 반영, 3년물 국고채와 우량 회사채(AA-등급) 사이의 금리격차는 지난달 17일 1.94%포인트였던 것이 2일 현재 1.63%포인트로 좁혀졌다. A급 아래 채권들도 서서히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상태.

대우증권 마득락 채권영업팀장은 "올들어 삼양사.일진소재 등 BBB+ 등급 채권이 거래되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코오롱.대한항공.한화 등 BBB 등급과 두산.하이트 등 BBB- 등급의 일부 회사채까지 거래가 확산됐다" 고 설명했다.

수요가 생기자 발행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1월 중 회사채 발행 규모는 총 2조6천2백억원으로 지난해 12월(1조3천6백억원)보다 두배 가량 늘었다.

LG투자증권 성철현 채권트레이딩 팀장은 "하루 회사채 거래량은 지난해 말 고작 2천억~3천억원이었지만 최근에는 1조원을 넘나들 정도로 늘어났다" 며 "투신사들이 회사채 펀드를 잇따라 설정할 움직임을 보여 회사채 시장의 전망을 더욱 밝게 해주고 있다" 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어디까지나 정부의 회사채 신용보완 대책에 의존한 바 크고, BBB- 등급 아래 회사채는 아직 발행과 유통이 마비돼 있어 회사채 시장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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