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아침드라마〈내 마음의 보석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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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아침드라마의 소재는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불륜'과 '배신' 등 뒤틀린 가족 관계가 주류를 이룬다.

오는 2월 5일부터 방송될 MBC 아침드라마〈내 마음의 보석상자〉(오전 9시) 역시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혼경력이 있는, 경제적으로 무능한 남편(임채무 분)과 그만을 바라보며 전처 자식과 친자식까지 4남매를 억척같이 키워온 어머니, 그리고 그 자식들의 삶과 결혼이 드라마의 중심축이다.

모두 150회로 기획된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어머니 '맹여사(김영애 분)'의 친딸인 윤수정역.

엄마가 전실 자식인 오빠 '윤정식(안재환)'만을 편애하는 것을 보고 자란 수정은 '결코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엄마를 증오하지만, 결국 자신도 엄마처럼 자식까지 딸린 이혼남인 직장상사 '배진호'(홍학표)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수정역에는 모 제약회사의 '레모나'CF로 강한 인상을 남긴 탤런트 정혜영(28)이 열연한다. 그의 상대역에는 실제 '띠동갑'인 홍학표가 캐스팅됐다.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는 당찬 성격의 인물이예요. 그동안 우울한 역할만 했는데 실제 제 성격과 비슷해서 맘이 편합니다. " .

서울예전 광고창작과 92학번인 정씨는 '하고싶지 않은 일은 죽어도 못하는 성격' 이라서 듣기 싫은 2학점짜리 대학전공 필수 과목을 이수못해 아직까지 졸업장을 받지 못했단다.

실제 나이보다 훨씬 앳된 외모와 목소리를 지닌 정씨는 그동안 SBS 미니시리즈〈재즈〉(95년)와 아침드라마〈사랑을 위하여〉(98년)등에 출연, 참신한 연기로 눈길을 끈 바 있다.

한편, 계모인 이영애의 극진한 사랑을 받는 전실자식 '윤정식'은 어머니의 뜻을 저버린 채 미혼모의 딸인 '최은혜(최지나)'와 사랑에 빠지고, 윤정식의 누이인 '윤희정(이아현)'은 아버지처럼 경제적으로 무능한 남편을 만나 평범하게 살지만 둘째 아이를 낳다가 숨지고 만다.

한꺼풀 벗겨보면 '사연'이 없는 가족사(史)가 어디 있을까마는 계모와 미혼모, 이혼남 등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 설정부터가 심상치 않다.

강PD는 "통상 3대(代)가 한 집에 살면서 훈훈한 감동을 전해주는 판에 박힌 드라마보다 상처를 묻어둔 채 살아가는 우리 시대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투영해 가족간의 진정한 사랑과 행복의 의미를 묻고 싶다"고 밝혔다.

단순히 뒤틀린 가족관계를 넘어 소외된 가정과 그 구성원들의 아픔과 상처를 이 작품이 얼마나 애정어린 시각으로 형상화낼 지 앞으로 드라마 전개를 지켜봐야 할것 같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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