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금리인하, 고객혜택 별로 없는 '생색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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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은행의 대출금리 인하가 고객들이 실제인하 효과를 거의 기대하기 힘든 생색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1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신용대출의 경우 우량고객에 대한 영업점장 우대금리폭을 지금까지 일률적으로 0.25% 포인트를 적용해왔으나 다음달 1일부터는 개인 신용등급에 따라 최고 2.0% 포인트까지 확대적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업점장 우대금리폭 확대에 따라 수혜를 누리는 고객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대출금에 대한 이자부담은 그대로다.

신규고객만이 대상이지만 신규고객중에서도 신용도가 높은 극히 일부만 수혜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담보대출도 0.3-0.5%포인트 인하키로 했으나 일괄적용은 아니며 영업점별로 고객의 신용도를 고려해 차등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올들어 은행권의 안전자산 선호경향으로 국고채 금리가 하락하는 등 운용마진이 크게 줄고 있어 기준금리를 내리기에는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은행들의 예대마진 축소는 회사채와 같은 위험자산을 회피하는 투자패턴때문이다. 자체 수익구조 건전화를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고객들에게 은행의 손실을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신한은행도 2월1일부터 만기 6개월짜리와 1년짜리 시장연동형 가계대출금리를 종전의 연 9.0%에서 연 8.6%로 내리기로 했으나 금리인하로 보기는 힘들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시장연동형 가계대출금리 조정은 시중금리 변동에 따라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계는 최근 수신금리를 잇따라 인하한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압력에 직면하면서 `눈가리고 아웅'식의 금리인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 27일 중소기업에 적용하는 대출 기준금리를 9.5%에서 9.2%로 인하한 바 있다.(서울=연합뉴스) 진병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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