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밸리는 지금] '협회 우산' 속으로 신생벤처 몸담기 바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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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밸리를 취재하다 보면 갓 생긴 벤처기업들로부터 "관련 협회에 가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협회에 속해 있으면 소식이 빠르지 않을까요. 세제 지원 혜택이나 정부에 요구할 것도 공동의 목소리를 빌리면 훨씬 쉽잖아요"

생긴지 한달 됐다는 신생 벤처기업 사장의 말이다.

벤처기업 관련 협회나 협의회가 부쩍 늘었다. 특히 지난 연말연시는 각종 협회 출범의 황금기였다.

지난 19일 출범한 ''솔루션업체협의회'' 는 ▶정부지원사업 공동대응▶해외업체와의 공동 개발 제휴기회 제공 등을 목표로 내걸었다.

''한국글로벌커머스협회'' 도 한국 사이버무역의 발전을 표방하며 지난 12일 발족했다.

''한국디지털경영인협회'' 도 디지털 경영분위기 조성 및 선도 등을 표방하며 지난달 13일 출범했다.

그 외에도 ''P2P협회'' ''인터넷공유기술협의회'' 등이 최근 만들어졌다.

이처럼 협회들이 속속 등장하는 것은 한국적인 특수 상황과 무관치 않다.

최근 발족한 한 인터넷 관련 단체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약관을 강제하는 대형 인터넷 서비스업체에 맞서기 위해 출발한 경우다.

''콘텐츠기업협회'' 가입을 원한다는 한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벤처에 지원하는 금액이 몇천억원 대에 이르는 상황에서 ''협회 우산'' 바깥에 있는 신생 벤처들은 정보소외.지원소외의 이중고를 겪기 때문" 이라고 말한다.

물론 협회에는 공동의 정보수집, 해외 진출 네트워크 제공 등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하지만 신생 벤처가 ''끈 만들기'' 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면 아쉬운 일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각종 협회는 자선단체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는 현지 기업인의 얘기가 떠오른다.

테헤란밸리의 벤처기업들이 ''우산'' 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설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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