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에 많은 시신 떠있다" 신고받고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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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이 9년 전 압록강을 건너 탈북을 시도하던 북한 주민 56명을 현장에서 사살했다는 내용을 담은 중국 문건이 공개됐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인터넷 보쉰(博迅)은 30일 중국 지린(吉林)성 창바이(長白) 조선족 자치현 공안국 바다오거우(八道溝) 파출소가 2003년 작성한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쉰은 보고서 입수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바다오거우 파출소 당직자는 2003년 10월 3일 오전 7시 압록강에 많은 시신이 떠 있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이를 확인한 뒤 인양팀을 만들어 오전 10시까지 53구의 시신을 인양했고, 다음 날 새벽 5시에 시신 3구를 더 찾았다. 시신 중 남자는 36구, 여자는 20구였다. 여기에는 남자 어린이 5명과 여자 어린이 2명의 시신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파출소 측이 시신의 유품을 조사한 결과 모두 북한 공민(주민)이었고 모든 시신에서 총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들 북한 주민이 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출하는 과정에서 북한 무장 인력들에 의해 사살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시신들은 10월 6일 조선족 자치현 정부 정법위원회 승인을 거쳐 모두 화장됐다. 보고서는 “유골과 유품은 보관 중이며 상부의 처리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 내용은 북한 당국이 오래전부터 주민들의 탈북을 적발할 경우 현장에서 사살해왔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북 인권단체 ‘좋은 벗들’은 지난해 11월 북한 당국이 강을 넘어 탈북한 주민에 대해 국경 지역에서 사살하고 나중에 보고해도 된다는 통지문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탈북난민인권연합 김용화 회장도 같은 달 “한 탈북 남성이 압록강을 건너 중국 측 도로에 올라섰다가 북한 경비병들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장면을 목격했으며 이 탈북자가 숨진 지 30여 분이 지나자 중국 공안들이 와서 조사했다”고 말했다. 대북 인권단체들은 중국 내 탈북자가 3만여 명이며 이 중 4000~5000여 명이 매년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한으로 송환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쉰=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서버를 둔 중국어 뉴스 사이트다. 1990년대 미국에서 유학한 왓슨 멍(47)이라는 화교 엔지니어가 2004년 만들었다. 중국 정치와 인권 관련 뉴스를 주로 전한다. 지난 2월 왕리쥔(王立軍) 충칭시 부시장의 미국영사관 진입과 보시라이의 부인인 구카이라이(谷開來)의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 독살 사건을 특종 보도해 주가를 올렸다. 개방형 시민기자제를 채택하고 있어 취재 범위는 넓으나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보도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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