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19대 국회, 삼각파도를 넘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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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오늘부터 19대 국회가 시작된다. 법적으로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19대 국회가 실제로 활동을 시작할 날은 요원해 보인다. 전례가 없을 정도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 출발하는 국회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만큼 중요한 국회다. 비장한 다짐으로 시작해야 한다.

 19대 국회가 직면한 당장의 과제는 통합진보당 문제다. 개원의 첫 관문인 원(院)구성 협상부터 진보당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원구성은 국회법과 관례에 따라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을 뽑고 의원들의 소속 상임위를 결정하는 진영 꾸리기 과정이다. 문제는 ‘진보당에 상임위원장 자리를 줄 것이냐’와 ‘종북(從北) 주사파로 추정되는 진보당 의원이 국가기밀을 다루는 상임위에 배치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가’이다. 진보당의 경선 부정과 당선자의 종북 논란 등으로 미뤄볼 때 진보당에 상임위원장 자리를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 주사파 출신이 전향의사를 정확히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국방위나 통일외교위에 몸담는 것도 위험하다. 상임위 배정의 경우 국회의장의 권한인 만큼 새 국회의장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19대 국회가 우려되는 두 번째 이유는 연말 대선이다. 여야가 모두 연말 대선에서의 승리를 위해 국회운영을 정략적으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원구성 과정에서 어느 상임위를 누가 차지하느냐를 둘러싸고 이전보다 치열하게 대치하는 것도 연말 대선을 의식한 탓이다. 앞으로 각종 의혹 사건에 대한 청문회나 특검 도입 등은 물론 7월로 예정된 대법관 교체, 9월로 예정된 헌법재판관 교체 등 국가대사를 좌우할 중대한 결정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이런 모든 현안들을 풀어가는 과정이 모두 연말 대선과 직간접으로 연결돼 있다.

 대선을 의식해 당리당략을 앞세우기 시작하면 연말까지 국회는 옴짝달싹하기 힘들게 된다. 아무리 대선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입법부는 고유의 제 기능을 해야 한다.

 19대 국회가 직면할 가장 큰 어려움은 이번 국회부터 적용되는 몸싸움방지법(국회선진화법)이다. 몸싸움방지법은 18대 국회에서 등장한 해머와 최루탄 등 폭력사태를 막기 위해 만든 법이다. 그런데 몸싸움 방지를 너무 의식해 만든 법이다 보니 국회운영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할까 우려되는 대목이 적지 않다. 실제로 쟁점법안의 경우 절대과반(5분의 3)이 동의하지 않으면 처리가 불가능하다.

 대선을 의식한 당리당략에 몸싸움방지법의 엄격한 규정이 더해질 경우 ‘식물국회’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은 몸싸움방지법 입법 취지에 어울리는 여야 간 대화와 타협만이 해법이다. 그런 기본 정신에 맞춰 상임위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소위원회를 상설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국회의원들에 대한 실질적 징계를 가할 수 있도록 윤리위원회를 강화해야 한다. 여야 간 합의 정신이 지켜지고 이런 보조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할 경우 19대 국회는 식물국회의 우려를 벗어 던지고 선진국회의 문을 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