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를 다지자] 경기장 공짜손님 너무 많다

중앙일보

입력

그러던 중 1998년 10월 안양종합경기장 출입문에서 한 '지역유지' 와 경기장 직원이 승강이를 벌이는 것을 목격했다.

"나야 나. 나 몰라?"
"그래도 표를 끊으셔야지요. "

그 지역유지는 화를 내며 소리를 크게 질러 끝내 목적을 이뤘축구를 좋아하는 나는 안양 LG 치타스의 홈경기를 거의 모두 관람하고 있다.
다. 그는 거저 입장하면서도 아마 재수가 없다고 투덜댔을 것이다. 대부분의 공짜 손님들은 출입문에서 인사를 받고 들어가 버젓이 특석에 앉아 경기를 본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2년 전 '경기장 공짜 손님 없애기 운동' 을 시작했고 나부터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끊었다.

시의회 의장이나 관내 여러 기관장들에게는 경기 2~3일 전에 표를 사서 나눠줬다.

되레 주위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 쇼를 한다" 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LG 치타스 구단에 따르면 99년 하루 평균 5백~8백명에 달했던 공짜 손님이 지난 연말엔 3백~4백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공짜표는 안양종합경기장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역시 안양이 근거지인 프로농구 SBS 스타즈의 농구경기와 안양 빙상장의 한국아이스하키리그에서도 골칫거리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어떤 구단이 선수가족 등에게 보낼 초청장이 필요하면 아예 시즌 전 일정분을 확보한다고 한다. 그 분량에 해당하는 돈은 구단 수입금에서 공제한다.

스포츠 팬들이 5천원 남짓한 입장료를 아까워한다는 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아마 돈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자신이 '특별한 사람' 으로 취급받고 싶은 심리가 더 큰 이유라고 본다.

줄서서 입장권을 사는 '별 볼일 없는 사람' 과 달리 자신은 특별대우를 받는 귀빈임을 과시하고 싶은 것일 게다.

하지만 그렇게 받는 특별대우야말로 '거품' 에 불과하다. 오히려 스스로 기초가 부실한 사람임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신중대 <안양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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