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정민태의 진정한 가치

중앙일보

입력

"현대의 에이스 정민태는 정말 자기 계발에 충실한 선수입니다. 해마다 새로운 구질을 익혀서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는 찾기 어렵습니다. 어제의 성적에 만족할 줄 모르는 투수가 진짜 에이스입니다. 정민태가 바로 그런 선수예요. 우리 야구계 전체가 그에게서 배울 점이 많습니다."

99년 모주간지 5월호에 실린 김성근 감독의 말이다.

이렇듯 한국 최고의 투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한국 최고의 투수 조련사로 평가받는 김성근 감독은 정민태를 꼽았다. 김성근 감독이 정민태를 한국 최고의 투수로 꼽은 이유는 그의 구위나 커리어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보단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향상을 추구하는 그의 도전정신을 더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새롭게 시작될 일본이란 새 무대를 상대로 정민태의 이런 향상심은 더욱 타오르는듯 하다.

먼저 14일 일본에 도착한 정민태는15일 오전 요미우리 선수 중 가장 먼저 자이언츠 구장에 와서 훈련을 하는 열성을 보이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더 놀라운 건 이날 행해진 인터뷰에서였다. 이 자리에서 정민태는 "포크볼을 던지고 싶다. (이를 위해선) 구도와 구와타 외에도 나에게 플러스만 된다면 연하(우에하라를 지칭)에게라도 배우러 가는 것이 나의 스타일이다." 며 포크볼 마스터에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주지하다시피 정민태는 한국의 정상급 투수다. 이미 그는 한국에서 150km대의 직구와 슬라이더,슬로커브를 무기로 2년연속 다승왕에 오른 걸 비롯, 통산 100승을 올린 그야말로 '한국의 넘버원 우완'이었다.

이런 정민태가 이제 한국 최고였다는 체면은 다 벗어던지고, 신인의 자세로 철저히 배우겠다는 자세를 견지하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정민태가 이들 요미우리 투수들에게서 포크볼을 전수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최고였다는 자존심과 체면을 접어두면서 새롭게 배우려는 모습 그 자체에서 정민태의 진정한 가치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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