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시험 예견한 것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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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2일 “우리는 처음부터 핵시험(실험)은 예견한 것이 없었다”고 밝혔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과 조선중앙통신의 문답에서다. 북한은 이날 ‘조선을 부당하게 걸고 든 8개국 수뇌자(G8·주요 8개국)회의 선언을 배격한다’는 제목의 문답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음은 북한이 밝힌 글의 요지다.

 “…원래 우리는 처음부터 평화적인 과학기술위성 발사를 계획하였기 때문에 핵시험과 같은 군사적 조치는 예견한 것이 없었다. 그런데 죄 지은 놈이 겁부터 먹는다고 우리의 평화적 위성 발사를 문제시하는 불법행위를 주도한 미국이 그 무슨 핵시험설을 운운하면서 대결을 고취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평화애호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계속 제재 압박 놀음에만 매여 달린다면 우리도 부득불 자위적 견지에서 대응조치들을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북한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 4월 13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이후 국제사회가 제기해온 3차 핵실험 우려에 대해 일단 발을 빼는 모양새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 당국자는 “당장은 핵실험을 할 생각이 없다는 메시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G8은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나 핵실험을 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해 대응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G8 성명을 빌미 삼아 국제사회의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북한은 또 “평화적 발전에 총력을 집중하는 데 필요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는 미국 측에 그들이 제기한 우려사항도 고려하여 우리가 2·29 조·미 합의의 구속에서 벗어났지만 실지 행동은 자제하고 있다는 것을 수주일 전에 통지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이미 뉴욕 채널을 통해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미국에 전달했다는 것을 시사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미 측이 북한에 전달한 우려는 주로 북한의 대남 특별행동 위협”이라며 “북한은 ‘자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모호하게 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그 이후 북한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시도 등이 있었다”며 “오늘 발표도 ‘핵실험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받아들이면 언제든 허(虛)를 찔릴 수 있다”고 경계했다.

 그러나 북한은 원래 핵실험을 할 계획이 없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면서도 “미국이 계속 제재 압박 놀음에만 매달린다면 부득불 자위적 견지에서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등의 단서도 달았다. 실제 핵실험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CNN은 이날 미국 상업위성 디지털글로브와 지오아이가 지난달 찍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핵 실험장 영상 분석을 통해 “갱도 부근에 광산의 화차와 굴착 장치가 놓여 있고, 토사량도 많아졌으며 새로운 도로가 생겼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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