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IMT-2000사업자 선정 후 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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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통신시장이 작년 12월 IMT-2000 사업자 선정 전후로 관련업체간 첨예한 이해대립, 동기식 기술표준에 대한 정부와 업계간 이견 노출 등 각종 현안들이 얽히면서 국내 관련업체들이 사업계획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IMT-2000 사업권에 탈락한 LG는 통신사업 포기여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었고, 이 틈을 타 동기식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미 퀄컴이 국내 통신업체들이 총망라된 `그랜드 컨소시엄'에 참여할 의사를 표명, 국내 통신업계의 판도변화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또 비동기식 사업권을 획득한 한통은 서비스 시기를 연기할 뜻을 내비치고 있고 정통부는 동기식 사업자 선정 일정을 보름 연기하는 등 통신업계에 예측치 못한 상황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에따라 각 사업자는 물론 통신장비 생산업체, 중소 부품공급업체, 외국통신사업자 등 관련업체들이 시장전망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사업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선 동기식 사업자 선정 일정과 관련, 정통부는 동기식 사업자 선정시한을 당초 2월말에서 3월 중순으로 연기, 이해당사자인 하나로통신, LG 등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동기식 사업권에 도전하고 있는 하나로통신은 `LG 끌어들이기'라고 반발하고 있고 LG는 `동기식 참여불가'를 고수하면서 `비동기로의 변경'을 기대하고 있는 분위다.

이처럼 동기식 사업자 선정이 혼선을 빚고 있는 가운데 미 퀄컴이 국내외 통신업체들이 망라된 `그랜드 컨소시엄'이 구성되면 기술지원은 물론 지분참여를 하겠다는 입장을 정통부에 전달한 것이 알려지면서 동기식 사업자 선정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그러나 LG는 물론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그랜드 컨소시엄 참여업체로 거론되는 국내 통신업체들이 여전히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데다 퀄컴도 원론적 입장 표명이라고 한발짝 물러섬에 따라 그랜드 컨소시엄 구상도 실현이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이미 사업권을 획득한 한통이 당초 내년 5월 예정이던 IMT-2000 서비스 시기를 연기할 계획을 내비치면서 한통, SK텔레콤의 컨소시엄에 참여키로 한 중소.벤처기업들이 혼선을 빚고 있다.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들은 당장 현안사업에 투자할 자금도 부족한 상황에서 IMT-2000 서비스가 연기될 경우 IMT-2000 투자에 따른 자본이득 가능성이 불투명해지거나 자본이득 실현시기가 지연될 것이 뻔한데 당초 계획대로 투자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 IMT-2000 서비스가 늦어지면 관련 장비시장 형성도 그만큼 늦어지는 점도 IMT-2000 컨소시엄에 참여한 중소.벤처기업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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