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기업자금난은 없을 듯

중앙일보

입력

올해 설을 앞두고 기업들의 자금사정은 그리 빡빡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한데다 경기침체로 자금수요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한국은행이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2조원이나 늘리는 등 금융기관의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도 인색하지 않은 형편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내수위축 등을 우려한 나머지 올해 설자금 조달이 원만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15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올해는 최근의 경기둔화와 그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신용카드 사용 증가 등의 영향으로 설자금수요는 예년 수준인 3조~3조5천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총통화(M2) 증가율은 작년 12월 평잔기준으로 24.9%, MCT 증가율도 14.5%를 기록하는 등 시중 유동성은 비교적 풍부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기업의 긴급자금수요를 나타내는 당좌대출한도 소진율도 작년말 현재 13.4%까지 떨어졌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이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연말에 급히 은행 대출을 갚긴 했지만 12월25일 기준으로 보아도 당좌대출한도 소진율은 18.6%로 꽤 낮은 편"이라면서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기업들이 나름대로 현금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은이 연리 3%인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2조원이나 늘렸기 때문에 이를 많이 배정받으려는 시중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에 나서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대출이 늘지 않는 것은 기업들이 될 수 있으면 은행돈을 쓰지 않으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도 "올해도 설 자금 5천억원을 준비, 연초부터 집행하고 있으나 지난주까지는 별다른 수요가 없었다"면서 "이번주부터는 설 상여금이나 오는 26일 예정된 부가가치세 납부 등으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올해 1월에는 설연휴 등으로 기업 가동일수가 얼마되지 않는데다 강추위도 겹쳐 자금수요 규모는 예년에 비해 다소 감소할 것 같다"면서 "5천억원이 모두 소진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올해 설 자금사정이 매우 안좋다는 결과가 나왔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최근 전국 29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설 자금사정이 `곤란하다`는 응답은 전체의 59.0%로 지난해 33.3%보다 크게 높아진 반면 `원활하다`는 응답은 8.5%로 지난해 31.6%보다 대폭 낮아졌다.

자금사정이 어려운 이유로는 판매부진(42.9%), 판매대금 회수지연(23.7%), 제조원가 상승(10.8%), 거래처 부도(7.4%) 등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이 체감하는 자금사정이 예년에 비해 나쁜 것은 금융여건이 악화됐다기보다는 경기침체에 따른 내수부진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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