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시아, 홈팬 앞에서 우승 꿈 좌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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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 어~ 노우!"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가 1.2m짜리 퍼트를 놓치자 갤러리들의 탄식이 쏟아졌다. 스페인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업고 8강전에 출전한 가르시아가 연장 첫 홀에서 그레이엄 맥도웰(북아일랜드)에 패하는 순간이다.

가르시아는 19일(한국시간) 스페인 안달루시아 카사레스 핀카 코르테신 골프장에서 열린 유러피언 투어 볼보 월드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셋째 날 경기에 출전했다.

그는 이 날 오전에 열린 16강전에서 톰 루이스(잉글랜드)를 이겼다. 전반 라운드를 4홀 차로 앞섰던 가르시아는 13번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하며 한 홀을 내줬지만 15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3홀을 남기고 4홀 차 여유 있는 승리를 따냈다.

그레이엄 맥도웰과 격돌한 8강전은 박빙의 승부로 펼쳐졌다. 그레이엄 맥도웰은 매치플레이에 강한 면모를 보였던 선수다. 그는 2010 라이더 컵 최종라운드 마지막 조 경기에서 16번홀 4m 내리막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유럽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강풍 속에 치러진 이 날 경기에서 가르시아와 맥도웰은 마지막까지 쫓고 쫓기는 공방전을 펼쳤다. 가르시아가 먼저 한 홀을 따내면 맥도웰이 그 다음 홀을 도로 가져가는 식이었다. 5홀씩 주고 받으며 시소게임을 계속하던 열띤 승부는 맥도웰이 16번홀을 따내면서 승부의 종지부를 찍는 듯 했다.

하지만 경험 많은 맥도웰도 매치플레이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그는 승리를 확정 지을 수 있었던 18번홀에서 1.5m짜리 파 퍼트를 놓쳐 연장 승부를 허용했다. 하지만 가르시아는 구사일생(九死一生)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 홀에서 맥도웰은 파 세이브를 하며 먼저 홀 아웃 했지만 가르시아는 1.2m 퍼트를 놓쳐 패하고 말았다.

결국 고국 팬들 앞에서 우승을 거두고자 했던 가르시아의 도전은 물거품이 됐다.

경기 후 가르시아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였다. 바람이 많이 불어 샷이 좋지 못했다. 8강에 오른 건 대단한 일이지만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치열한 접전을 승리로 이끈 맥도웰은 “엘 클라시코(FC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의 라이벌 간 축구 경기)에 출전한 것 같았다. 가까스로 이길 수 있었던 치열한 승부였다”며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을 했지만 행운의 승리를 거뒀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 대회 4강전에서는 폴 로리(스코틀랜드)와 니콜라스 콜사르츠(벨기에), 그레이엄 맥도웰과 라파엘 카브레라 베요(스페인)가 결승 진출을 놓고 샷 대결을 펼친다.

골프전문방송 J골프가 대회 마지막 날 경기를 20일 오후 8시부터 생중계 한다.

오세진 기자 seji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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