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창원 … 1361명 짜고친 95억 보험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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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경남 창원에 사는 가정주부 A씨는 친분 있는 보험설계사 B씨로부터 귀가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예전에 앓던 병력을 숨기고 보험 몇 개만 들면 뭉칫돈을 만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A씨는 B씨가 시키는 대로 여러 개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뒤 B씨가 미리 얘기해 둔 병원에 입원한 다음 보험금을 청구했다. 받은 보험금 가운데 10%는 B씨에게 수수료 조로 넘겼다.

 금융감독원은 17일 2007년부터 경남 창원지역 병원 3곳과 짜고 이런 식으로 보험사기를 저지른 브로커와 보험 계약자를 무더기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연루된 사람 기준으로는 역대 최다 인원인 1361명이었다. 보험사기 금액은 총 95억1500만원으로 1인당 700만원꼴이다. 피해를 본 보험회사도 우체국보험 등 33곳이나 됐다. 사상 최대 보험사기로 꼽히는 지난해 11월 강원도 태백 보험사기의 경우 가담자는 410명, 사기금액은 150억원이었다.

 금감원 조정석 수석조사역은 “연루된 병원은 환자를 소개한 브로커에게 환자당 10만~20만원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진료비 등을 챙겼다” 고 밝혔다.

 이들은 주로 여러 개의 보험에 한꺼번에 가입한 뒤 보험사기를 공모한 3개 병원에 번갈아 입원하는 수법을 썼다. C씨는 입원하지 않아도 되는 경미한 증상에도 불구하고 2008년부터 3년간 18회에 걸쳐 총 564일을 입원해 9500만원을 챙겼다. D씨는 2010년 4~5월 총 10건의 보험에 가입한 뒤 5월 말 목욕탕에서 일부러 넘어졌다. 이후 여섯 차례에 걸쳐 141일간 입원한 뒤 2800만원을 챙겼다. 이들은 대부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보험에 가입한 뒤, 고의로 사고를 내고 입원하는 방법을 썼다.

 ‘원정 입원’에 나서기도 했다. 서울·경기 등에 거주하는 116명은 멀리 떨어진 창원의 병원에 입원해 보험금을 챙겼다. 심지어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창원으로 가 입원한 사람도 있었다. 보험설계사 E씨는 2009년 2월부터 약 3년간 아홉 차례에 걸쳐 입원해 보험금 54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E씨는 입원기간 동안 45건의 보험계약을 모집하는 등 정상적으로 근무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보험상품의 특징과 보험금 지급 시스템을 범죄에 활용해 사기에 가담한 보험설계자는 31명이나 됐다.

 사기 유형별로는 통원치료가 가능한 질병·사고를 부풀린 경우가 1099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과거 입원·치료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보험에 가입한 경우(258명) ▶부부 등 일가족이 동시에 같은 병원에 입원·퇴원을 반복한 사례(176명) ▶거리가 먼 원격지에서 입원한 경우(116명) ▶단기간에 보험을 대거 가입한 직후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63명) 등이었다.

 한편 보험사기 연루 의혹을 받는 창원지역 3개 병원은 2007~2008년 초 문을 연 병상 100~200석 규모의 준(準)대형병원이다. 보험사기가 2007년부터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이들 병원은 개원하자마자 사기행각에 가담한 것으로 금감원은 파악하고 있다.

 손해용 기자

초대형 보험사기 … 어떻게 짜고 쳤나

① 아프지 않아도 계속 입원
입원이 필요 없는 경미한 증상이었으나 보험사기를 공모한 3개 병원에 지속적으로 입원. 총 18회에 걸쳐 564일간 입원해 보험금 수령키도.

② 단기간에 보험 집중 가입
2010년 4~5월 총 10건의 보험에 집중적으로 가입한 뒤 5월 말 목욕탕에서 일부러 넘어져 입원. 141일간 입원해 보험금 수령.

③ 서울 사람이 경남지역 병원 입원
서울에 거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사기를 공모한 경남 지역 병원에 입원해 보험금 받아.

④보험설계사도 ‘나이롱’ 환자
보험금 지급 체계를 잘 아는 보험설계사가 고의로 입원해 보험금 수령. 18일간 입원하면서 15일은 회사에 정상 출근하기도.

⑤ 과거 병력 숨기기
경추염좌로 입원해 보험금 수령한 뒤 3개월 후에는 다른 보험사에 가입. 똑같이 경추염좌로 입원해 보험금 청구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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