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이은미, 나가수 시즌 2 출연 조건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가수 이은미는 “‘다시 태어나도 가수를 하겠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땐 금속공예가가 되고 싶다. 20년 넘게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으니, 가수로서 할 수 있는 건 다 한 것 같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은미(46)-. 예전의 그는 안에 가시를 품은 장미꽃 같았다. 음악·사운드에 대한 고집, 립싱크 등 가요계 이슈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까지…. 아름답지만 쉽사리 건드리기 힘든 장미 송이 말이다.

 그런 이은미가 예전과 다른 얼굴을 보이고 있다. MBC ‘나는 가수다 2(이하 나가수2)’에 출연하면서 MC까지 맡았다. 다른 팀의 노래를 들으며 환하게 웃고, 즐거워하는 모습은 의외로 느껴질 정도다. 한층 부드러워진 모습이다. 여기에 새 미니앨범 발매, 전국 투어 콘서트, 일본 팬미팅 준비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씨를 8일 만났다.

 사실 그의 ‘나가수 2’ 출연은 의외였다. 2월 출간한 자서전 『맨발의 디바』에서 ‘이미 각자의 분야에서 나름 최고라 자부하는 프로 음악가들에게 등수를 매기고, 그들의 음악이 딱 그만큼인 양 규정하는 것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언짢아진다’고 했던 그다.

 “프로그램의 긴장감을 위해 가수들이 숨을 죽이는 표정만 잘라 붙였잖아요. 음악 하루 이틀 한 사람들도 아닌데, 그것 때문에 가수들이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정말 싫고 미웠죠.”

 시즌 1 때 숱한 출연 요청을 거부한 것도 그 때문이다. 대신 시즌 2에 출연하면서는 조건을 걸었다고. “1등부터 7등까지 줄 세우는 것 없애고, 꼴찌와 일등이 함께 프로그램을 떠나게 하기 전엔 절대 못 나간다고 했죠.”

 우연히 맡게 된 MC는 그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했다. 말 한 번 버벅대지 않고 여유롭게 진행해 ‘아나운서’란 별명까지 붙었다.

 “왜 안 떨렸겠어요. 실수할까 봐 오금이 저렸죠. 다만 출연 팀들을 예전부터 잘 알고 있는데다, 그분들 경연곡도 어떤 음악인지 알고 있으니 원곡에서 어떻게 바뀌었고 그런 부분을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천하의 이은미에게도 탈락은 두렵고, 자존심 상하는 일 아닐까.

 “그건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니에요. 그분들(현장·재택 평가단) 평가가 대한민국 모두의 평가가 아니고, 전세계의 평가가 아니잖아요. 또 평가 때문에 음악 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는 “이 세상에 나보다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나처럼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자존심 상할 일도 아니다”고 했다.

 ◆무대에서 존재 이유 찾는다=‘마흔이 되면서부터 화낼 일이 별로 없어졌다. 한때 호랑이라 불렸을 정도로 지난날의 나는 누가 보아도 뾰족하게 날이 서 있었다.…아마 그런 태도가 내 음악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믿었던 것 같다.’(맨발의 디바』중에서)

 하지만 음악에서만큼은 여전히 최고·최상을 고집하는 ‘까칠한 은미씨’다. 2009년 데뷔 20주년을 맞아 2년 반 동안 70여개 넘는 도시를 돌며 매주 콘서트를 펼쳤다. 하루 2회 콘서트가 있는 날이면 리허설을 합쳐 하루 열 시간 넘게 노래하기도 했다. 공연 다음 날이면 수십 명에 맞은 것처럼 온몸이 아프고, 숨쉬기 조차 힘들었다고. ‘다음주 어떻게 노래하지’란 걱정에 공연이 끝난 직후부터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내내 대성통곡한 적도 있다.

 “제게 무대는 늘 신성한 곳이에요. 제가 이은미로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그곳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죠. 완벽한 이은미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해요. 그러니 항상 숨이 막히죠.”

 존재의 이유를 찾기 위해, 그는 다음 달 다시 20여 회에 걸쳐 전국 투어에 나선다. 미니앨범 ‘세상에서 가장 짧은 드라마’도 작업 막바지다. 19, 21일엔 첫 일본 팬미팅도 한다.

 데뷔 24년차 디바 이은미, 그는 아직도 음악이 무엇인지 답을 찾는 중이라고 했다.

 “전 종교는 없지만, 모든 종교를 통틀어 기도해요. 제가 눈 감는 순간이라도 좋으니 제게 음악이 무엇이었는지 좀 알려달라고요.”

▶공연정보=‘2012 이은미 콘서트 투어-세상에서 가장 짧은 드라마’. 6월 2일 오후 7시, 3일 오후 6시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1544-1555.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