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주택 매물 쏟아지면 혼란 … 다양한 역모기지 상품 만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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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향후 고령자의 주택자산 대량 매각에 따른 자산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역모기지론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센터(이사장 정건용)가 1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주택담보대출-미래를 위한 정책 제언’이라는 정책 심포지엄에서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박창균·허석균 중앙대 교수(경영학부)는 ‘주택담보대출의 장기적 귀결과 정책 대응’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가계 상당수가 과도한 부채를 안고 있는 데다 주택자산에 편중된 자산 구성을 보이고 있어 은퇴 이후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며 “민간 주도의 역모기지 시장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대출 조건의 역모기지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역모기지론이란 집이 있는 고령자가 집을 담보로 맡기고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대출금을 매달 일정액으로 연금처럼 받는 금융상품이다. 본인 사망 이후 집 소유권을 금융회사에 넘겨 그간 쌓인 대출을 상환한다.

 두 교수에 따르면 국내 가구의 25%는 저축액이 크게 부족하고, 27%는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주택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가계자산의 70~80%가 부동산일 정도로 자산 유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유례 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 우려, 저금리 기조에 따른 실질 금융소득 감소 등을 감안할 때 역모기지론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박창균 교수는 “은퇴를 맞은 베이비부머가 노후 자금 확보를 위해 주택자산을 매물로 쏟아낸다면 한국 자산시장에 일대 혼란이 올 수도 있다”며 “이에 대한 완충장치를 마련하고, 개인에게 행복한 노후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역모기지론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발제에 나선 김효연 변호사(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는 ‘주택담보대출과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보고서를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과도한 주택담보대출은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금융회사에 차입자의 상환 능력을 점검토록 하는 의무를 부여하고, 과잉대출 시에는 책임을 지게끔 하는 ‘공정대출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대출자·금융회사로부터 독립된 대출 평가기관을 둬 자산가치 및 상환 능력 등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수근 이화여대 교수, 함준호 연세대 교수, 노형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홍종학 민주통합당 당선인(비례대표), 박승오 하나은행 개인여신심사부장 등이 참석한 패널 토론에서도 주택담보대출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채무자의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해법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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