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자녀 대처 노하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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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에서 돌아온 소진(초등4)이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도 대답도 않고 방에만 틀어박혀있던 아이가 저녁도 먹지 않겠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엔 옷을 입다 말고 눈물을 뚝뚝 흘린다. “입을 게 없다”며 짜증을 내더니 울음을 터뜨린다. 급기야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다시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쓴다.

#다은(초등5)이의 휴대폰 요금 고지서를 본 엄마가 깜짝 놀란다. “네가 전화할데가 어딨다고 휴대폰을 이렇게 많이 썼냐”고 다그치니 아이가 되레 정색을 한다. “엄마도 친구랑 맨날 전화로 수다 떨잖아. 왜 나만 못하게 해? 친구들도 다 그 정도는 쓴다고.” 바락바락 대드는 다은이 태도에 놀란 엄마가 “시끄러, 어디서 말대꾸야”라며 대화를 끝내려 하자 다은이는 오히려 숨도 쉬지 않고 자기 말을 쏟아낸다. “차라리 스마트폰으로 바꿔주든지. 맨날 엄마 맘대로 야.” 엄마는 다은이 모습을 보며 갑자기 기운이 쑥 빠졌다.

 부모 말 잘 듣고 착하던 아이의 갑작스런 변화. 바로 사춘기가 찾아왔다는 징조다. 옷도 입혀주는 대로 입고 머리도 빗겨주는 대로 아무 말 없던 아이가 작은 일에 뾰로통해지고 툭하면 울거나 말대꾸를 한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자녀의 사춘기를 제대로 넘기지 못하면 서로 마음에 상처를 입고 관계에 틈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책 ?빨라지는 사춘기?(SEEDPAPER 펴냄)를 통해 자녀의 사춘기 대처 노하우에 알아봤다.

외모에 관심 많을 시기임을 이해해야

 10대는 두뇌 발달 과정 상 시각 자극에 민감하다. 예쁘고 날씬한 게 곧 선(善)이고, 못생기고 뚱뚱한 건 악(惡)으로 받아들일 정도다. 연예인의 멋진 모습을 선망하고 또래 집단에서 외모로 인정받아 우두머리 행세를 하고 싶다는 마음에 사로잡히기 쉽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특히 또래에게 어떻게 보일 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적보다 외모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

 10대의 외모 고민은 그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고 함께 고민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른 눈에 보기 좋은 체형이라도 또래에게 ‘돼지’라는 놀림을 당했다면 다이어트 전략을 함께 짜보는 식이다. 아이의 고민을 한심하게 바라보며 “쓸데 없는 걱정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식의 대응은 금물이다.

 다이어트 전략을 짤 때는 패스트푸드나 불규칙한 식습관을 고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체질을 악화시키는 피자·치킨·콜라·빵 같은 간식을 줄이고 현미밥·생선 등 저칼로리 식단을 제공한다든지, 저녁 식사 이후 함께 운동장을 돌거나 줄넘기를 하는 운동 습관을 길러나가는 것도 좋다. 중요한 점은 아이의 입장에서 고민하라는 것이다. 아이를 이해하고 의견을 수용해주는 태도를 보이면 아이도 부모 의견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자존심 건드리는 강압적인 태도 금물

 10대에는 자아정체성이 형성되고 부모의 생각과 다른 자기만의 가치 판단 기준이 형성된다. 기성세대의 요구를 말없이 수용하던 아동기와 달리 상황에 맞지 않는 이야기일지라도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고 관철시키고 싶어 한다.

 아이의 표현이 다소 거칠더라도 일단 주장하는 바를 끝까지 들어줘야 한다. 아이의 말을 일일이 반박하며 부모의 논리를 주입시킬 필요도 없다. “네 말도 일리가 있어.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제약이 있거든. 이 부분은 네가 양보해주면 안될까”하며 아이와 타협점을 찾아나가야 한다.

 부모의 강압적인 태도는 아이의 자존심을 건드리기 쉽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면 부모 말이 옳다는 걸 알면서도 받아들이기 싫게 만든다. 아무리 부모가 차근차근 설명해도 아이가 인정하려 들지 않을 때는 억지로 이해를 구하지 말고 “그럼 오늘 밤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내일 얘기하자”라고 마무리한 후 다시 얘기하는 것이 좋다.

<채지민 pd myjjong7@joongang.co.kr 일러스트="박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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