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봐줘도 너무 봐줬다?

중앙일보

입력

현대전자에 이어 현대상선도 특혜지원 시비가 일고 있다.

현대상선이 유가증권신고서 내용과 달리 자금을 딴 곳에 쓴 것이 문제가 되자 금융감독원은 10일 이를 애써 '사소한 서류착오' 로 판정, 결과적으로 산업은행을 통해 현대상선에 중복 자금지원을 '추인' 해줬다.

현대상선은 지난 5일 1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주간사.인수사는 산업은행이고 시장에 공시한 자금용도는 '지난 9일과 오는 19일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차환(借換)용' 이었다.

그런데 현대상선은 이 돈을 받아 당장 급한 금융권 빚을 상환하는데 썼다. 이것만 으로도 공시 위반이다.

뒤이어 현대상선은 정부의 회사채 신속인수 방침에 따라 9일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5백억원을 산업은행을 통해 인수시켰다. 19일에는 다시 5백억원어치를 산업은행이 인수해줄 예정이다.

지난 5일 1천억원어치와 마찬가지로 '지난 9일과 오는19일 만기 회사채 차환용' 이다. 결국 똑같은 용도로 현대상선은 두번 지원을 받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은 "담당자가 자금용도를 잘못 기재했다" 며 궁색한 답변을 했다.

현대상선의 공시위반에 대해 금감원은 규정상 담당임원 문책은 물론 주간사를 맡은 산업은행에 대해서도 문책을 내릴 수 있다.

특히 자금용도 허위공시는 지난해 코스닥 기업들이 '운용자금' '회사채 상환용' 등으로 공시한 뒤 실제로는 회사채 발행자금으로 재테크에 열을 올려 금감원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적도 있다.

그러나 금감원 윤승한 공시심사실장은 10일 "유가증권신고서에 차환용으로 기재하고서 실제로는 운영자금으로 쓴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면서도 "큰 문제는 없는 만큼 제재대상이 아니다" 고 해명했다.

현대전자.현대상선에 대한 일련의 조치들을 시장에선 파격적인 특혜의 연속으로 보고 있지만 정부.채권단은 '사소한 서류착오' '시장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 이라는 입장이다.

정부.채권단의 현대 살리기가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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