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남매를 수재로 키운 교육 체험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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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 자식을 다섯이나 키운다는 일은 참으로 버거운 일입니다. 그 자식 다섯을 모두 뛰어난 수재로 키운다는 것은 더더구나 힘든 일이겠지요. 신문과 방송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5남매를 수재로 키운 포항 농부'로 소개된 황보태조 님은 바로 그러한 힘든 일을 치러낸 분입니다.

고등학교 중퇴의 학력이 전부인 황보태조님의 다섯 아이들 중 셋은 서울대 의대, 경북대 의대, 포항공대 화학과를 졸업했고, 넷째는 효성가톨릭대 약학과에 다니고 있으며, 막내 아들은 서울대 의대에 특차로 합격, 현재 1학년에 다니고 있답니다.

이 아이들을 이처럼 수재로 키워낼 수 있었던 이야기들을 황보태조님이 직접 글로 엮어냈습니다. '꿩 새끼를 몰며 크는 아이들'(올림 펴냄)이라는 별난 제목의 책으로 묶인 황보태조님의 글을 꼼꼼히 읽다보면 '세상에 원인 없는 결과 없다'는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고등학교 중퇴라는 학력이 전부인 지은이의 자식 교육법에는 남다른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책의 끄트머리에 함께 실린 영재교육 전문가인 조석희 박사께서 '정말 한 수 배웠다'며 지은이를 '다섯 아이를 모두 좋은 대학에 보냈다는 결과가 아니라 그렇게 만든 과정'이 놀랍다고 칭찬했겠습니까.

지은이는 책의 앞 부분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 교육받았던 환경을 이야기합니다. 이는 뒤에서 자신이 실천한 자녀 교육의 토대가 되는 환경인 까닭에 강조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토록 학교 가는 일이 지겹기만 했고, 선생님은 무서운 존재이기만 했던 것이 자신을 고등학교를 중간에서 그만두게 한 결과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털어놓습니다.

그리고 지은이가 부모가 되어 자식들을 교육하는 입장이 되어서는 무엇보다 공부를 놀이처럼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배려하자는 생각을 철저하게 실천합니다. 네 명의 딸 아이는 모두 인형 놀이를 재미있게 하면서 그 과정에서 말과 글을 깨우치게 도와주는 방식입니다.

막내 아들 아이가 여자 아이들과 달리 인형놀이를 좋아하지 않자 그는 남자 아이가 좋아할 수 있는 로봇 놀이 쪽으로 바꾸면서까지 철저히 놀이를 통해 교육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물러서지 않습니다. 이 책의 제목인 '꿩 새끼를 몰며 크는 아이들'이라는 것도 바로 아이들이 재미와 성취동기에 있어 만족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아동교육 원리의 시골 농부식 표현인 셈입니다.

또 지은이는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에서 나무랄 일보다는 칭찬할 일을 찾는 데에 무엇보다 열성적이었습니다. 별 것 아닌 일을 했을 때에도 아이들을 칭찬해 주면서 다음에 더 잘 할 수 있는 동기를 만들어주는 식이지요. 그러기 위해서 지은이는 농사 일을 하면서 피로에 지칠 법한 저녁 시간에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데에 인색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지극한 관심을 갖고 대화를 나눈 참으로 별난 아빠가 됐던 것이지요.

지은이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학교까지 딸 아이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등교 시키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무척 즐거웠다고 합니다. 자전거 뒤에 딸 아이를 태우고 시골 길을 한적하게 달리며 이야기나누는 아빠의 모습에서 우리는 참다운 아빠의 모습을 그려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관심과 사랑을 받고 큰 아이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수재로 자라났습니다. 막내 아이가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을 때, 지은이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립니다. 첫째 아이와 막내 아이가 다니는 서울대 건물을 짓는 노가다 판에서 막일을 하며 보내던 시절이었지요. 자신이 지은 건물에서 공부하게 된 아이들을 바라보는 아빠의 행복함은 그러나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이 책의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이 책은 대필이나 윤문을 거치지 않은 지은이 자신이 직접 쓴 생생한 체험담이라는 점에서 다소 거친 부분이 없지 않으나 더 절실하게 읽히는 미덕도 갖추고 있습니다.

고규홍 Books 편집장 (gohkh@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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