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헐값' 올 상반기까지 계속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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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는 D램 가격 하락세가 올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가격대가 원가를 밑돌고 있지만 1, 2월은 전통적으로 수요가 약한 계절이어서 당분간 회복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D램 가격의 이같은 약세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계속된 개인용 컴퓨터(PC)시장의 침체가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PC는 D램의 70% 정도를 사용하는 최대 시장이다.

업계는 지난해 하반기 D램 가격이 떨어지는 원인을 64메가D램 세대가 끝나고 128메가D램 등 상위 반도체로 품목이 넘어가는 비트 크로스(Beat Cross)현상에 따른 과도적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실제로 비트크로스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고, 64메가D램과 128메가D램이 동반 폭락하는 현상만 반복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PC가 인터넷 환경으로 바뀌면서 과거의 데이터 처리와 저장 기능을 보강하기 위해 CPU와 메모리 반도체의 용량을 키워가던 비트 크로스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 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대전자 서근철 마케팅부장은 "매년 D램 수요는 75~80% 이상 성장했다는 점에서 올해 수요가 준다고 해도 60%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 이라며 하반기 이후 회복세를 점치고 있다.

지난 2년간 D램 부문의 설비투자가 별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올해 생산능력은 50% 정도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수요증가에 못미치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 생산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D램 가격의 하락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채산성 악화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도 채산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64메가D램 생산원가를 2달러대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전자도 D램 생산비중을 낮추면서 S램이나 플레시 메모리 등 이동통신용 메모리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는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 중 64메가D램이 9~10달러선에 거래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이익을 올해는 실현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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