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현역 최고령선수 이동호의 불꽃투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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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최고령 아이스하키선수 이동호(34.동원)의 불꽃투혼이 올시즌 빙판계의 화제다.

동원 드림스의 골키퍼 이동호는 3일 안양에서 열린 2000-2001 한국아이스하키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선방을 거듭하며 정규리그에서 무패로 1위에 오른 한라 위니아를 꺾는데 맨 앞에 섰다.

이날 2골을 넣은 새내기 김창범 등 공격진의 활약도 돋보였지만 수차례 결정적인 골기회를 온몸으로 막아내며 한라의 공격진을 3골로 틀어막은 이동호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골문을 향해 날아온 퍽을 막아낸 횟수를 가리키는 세이브 수가 무려 30개.

98년부터 팀의 플레잉코치로 후진양성에 주력하며 이따금 경기에 나섰던 이동호는 백업골키퍼인 전정국이 지난해 10월께 부상을 당한데다 주전인 국가대표 김헌주마저 구랍 22일 경희대와의 경기에서 손목을 다친 절박한 상황에서 다시 골문을 지키게 됐다.

올시즌을 앞두고 코치직에 전념하라는 구단의 권유를 `1년만이라도 더 뛰고 싶다'며 뿌리쳤던 그가 결정적인때 큰 몫을 해낸 것.

87년 처음 대표로 발탁됐던 이동호는 97년까지 각종 국제대회에서 한국의 골문을 지켰고 94년 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등 한국 최고의 골키퍼로 명성을 떨쳤다.

100㎏이 넘는 거구이면서 순발력을 갖춘 그가 골문앞에 서면 상대선수들은 "다리 사이 외에는 틈이 안 보인다"고 말할 정도였고 이따금씩 공격진에 날카로운 패스를 날리는 `공격력'으로도 유명했다.

젊은 후배들의 틈바구니에서 이동호가 아직 빛을 잃지 않는 힘은 철저한 자기관리 능력.
이동호는 경기에 나서는 횟수가 줄어든 이후로도 꾸준히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관리를 해왔으며 언제 투입될 지 모르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런 이동호였기에 선수들의 집단사표제출로 이어진 96년 석탑건설파동 이후 1년 가까이 스틱을 놓고도 재기할 수 있었던 것.

이동호는 "우선 올시즌 팀의 우승에 기여하고 싶고 체력에 자신이 있는 만큼 1~2년 더 선수생활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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