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투자 몸사린다"…유동성 확보 최우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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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주요 기업들이 경영의 중점을 현금창출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두면서 신규 설비투자를 자제하는 등 각종 투자에 몸을 사리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포항제철 등 유동성이 비교적 풍부한 일부 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올해 투자계획을 지난해 수준 정도로 유지하거나 줄일 계획이며 시설투자보다는 미래에 대비한 연구개발(R&D) 투자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LG 구본무 회장이 "미래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는 과감히 투자하되 원칙적으로 창출된 현금의 범위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히는 등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신년사 등에서 투자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을 내비쳐 올 경기상황에 따라 투자가 당초 계획보다 줄어들 가능성도 높다.

삼성전자는 투자규모를 작년의 6조4천억원 보다 1조3천억원이 늘어난 7조7천억원으로 일단 확정하고 온양의 시스템LSI(비메모리 반도체) 공장 건설과 기존설비 교체 등 반도체부문에 80% 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반도체 경기변동 등에 따라 투자를 신축적으로 집행해나갈 방침이어서 반도체 경기침체에 따른 공급과잉이 계속될 경우 투자가 당초 계획보다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G전자는 올해 설비투자 8천억원, R&D투자 1조원 등 총 1조8천억원을 투자해 디지털 관련 차세대 기술과 세계규격을 확보하는 한편 홈네트워크 및 모바일(이동) 네트워크 관련 핵심기술을 조기에 확보해 상품화에 주력키로 했다.

LG전자의 이같은 투자액은 작년의 1조5천800억원보다는 늘어난 것이지만 작년에 7천500억원이던 R&D투자가 크게 늘었을 뿐 설비투자는 작년의 8천300억원보다 소폭 줄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총 투자개발비를 작년과 같은 수준인 1조3천500억원으로 정하고 이중 설비투자는 줄이는 대신 신차종 개발과 차세대 환경자동차 신기술 개발, 배기규제 등에 대비한 환경친화형 기술 개발 등 R&D에 작년보다 500억원 늘어난 1조 5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SK㈜는 불요불급한 투자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투자를 억제한다는 방침 아래 올해 기존시설의 교체와 보수 등 설비투자에 6천억원, 연구개발 등 신규투자에 1천억원 등 모두 7천억원을 투자키로 해 작년의 1조원에 비해 투자규모를 크게 줄였다.

반면 포항제철은 경기침체기에 공격적인 경영을 한다는 방침 아래 올해 투자비를 작년의 1조3천349억원보다 대폭 늘어난 2조4천284억원으로 책정하고 이중 철강사업 분야의 투자비를 1조6천97억원으로 작년보다 87%나 늘렸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김석중 상무는 "경제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이 가장 중요해졌기 때문에 투자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경기전망이 악화될 경우 투자는 현재의 계획보다도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업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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