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진보당 왜 애국가 안 부르나, 총선 때 질문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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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애국가’와 ‘임을 위한 행진곡’. 통합진보당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인식 차이는 두 노래만큼의 차이였다.

 10일 오후 5시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운영위)에서 조만간 사퇴를 앞둔 비당권파 유시민 공동대표는 ‘이임사’를 대신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많은 후보들이 (총선)현장에서 이 질문 받았다. ‘당신 당은 왜 애국가 안 부르나’. 개인적으론 그런 국가 의례를 별로 안 좋아한다. 그러나 저는 모든 곳에서 한다. 불만 제기하지 않는다. 우리가 함께하는 국민이 의례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왜 (우리 당은) 국민들에게 명료하게 설명될 수 없는 일을 하는 걸까. 이 의례를 거부하는 것이 그렇게 가치 있는 걸까. 이 토론을 하는 것이 (통합진보당에선) 금기처럼 느껴진다. 때로 내키지 않는 면이 있어도, 국민에게 때로 져줄 때 국민이 진심을 알아줄 것이다. 우리 스스로 국민과 벽을 세우는 것은 안 했으면 좋겠다. 중앙당 행사에서 꼭 애국가 틀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당원 눈높이’를 ‘국민 눈높이’보다 앞세우고 있는 당권파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이었다.

 통합진보당은 공식행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는 하되, 애국가는 부르지 않는다.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식이다. 민노당 시절엔 국기에 대한 경례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 대표의 국민참여당계가 고집해 국기에 대한 경례는 하게 됐다.

 그러자 당권파인 한 운영위원이 곧바로 반격에 들어갔다. 그는 “민노당 시절 우리는 13%의 지지율을 얻었다. 막연한 (유 대표의) 개인적인 생각이 반영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유 대표의 ‘애국가’ 발언은 인터넷에서 호응을 얻었다. 한 트위터리언은 “유시민이 통진당(통합진보당)에 들어간 거 정말 잘된 일인 듯”이라고 썼다. 또 다른 네티즌은 “NL(자주파·당권파) 계열은 애국가를 불러본 지 오래돼 아마 애국가 가사를 모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운영위는 회의가 시작된 지 9시간 만인 밤 11시20분에 현장에서 발의된 ‘혁신비대위원장 추천의 건’이 철회되면서 결론이 났다. 이 안건은 당권파가 “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인정하는 셈’이라며 반대해 왔다. 이날 현장에서 비당권파 22명의 발의로 안건이 상정되자 당권파 당원들이 문밖에서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해 회의장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결국 비당권파는 “12일 중앙위원회 전에 운영위를 다시 열고, 그 전까지 대표단이 합의에 노력한다”는 조건으로 안건을 철회했다. 당권파의 버티기가 일단 성공한 셈이다.

김경진·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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