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내년 테마주는 단연 금융·M&A 관련株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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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관계자들이 2001년 시장을 내다보는 시각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상황이 절망적일수록 주가가 오를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영광과 좌절의 2000년 주식시장도 ‘IMT 2000 비동기식 사업자 지정’과 ‘부실은행에 대한 자본 완전 감자(減資) 명령’이라는 두 가지 굵직한 사건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한 해를 마감하면서 정리하는 시장의 모습은 참으로 비참하다. 연초 1000P를 바라보던 거래소 종합지수는 그 절반의 지수 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나마 거래소는 나은 편이다.
한 때 거래소시장을 ‘걸레소’로 불리게 할 정도로 화려함을 자랑하던 코스닥 시장은 아직도 바닥이 어디인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스닥 시장이 얼어 붙으면서 벤처사업가들은 물론 투자자들에게 올해 겨울은 너무나도 춥고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 되었다.

IMT 2000 비동기식 사업자가 발표되던 날, 시장의 반응은 너무도 의외의 모습이었다. 비동기식 사업자에서 탈락한 LG텔레콤의 하한가는 예상됐던 바였지만 비동기식 사업자로 선정된 한통엠닷컴마저도 상한가 부근에서 하한가까지 떨어지는 광경을 연출했다. 현재 우리의 증시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건이었다.

작년 가장 큰 화두가 코스닥의 성공이었다면 올해는 코스닥의 시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벤처는 새 천년 우리 경제의 희망이었고 코스닥 시장은 그 벤처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었다. 많은 투자가들이 벤처의 미래를 보고 투자하였으나 지금 돌아보면 그 결과는 몹시도 비참하다.

코스닥 시장은 세계 주식시장 중 주식 하락률 1위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갖게 되었으며 등록된 기업은 1백30여 개가 늘었지만 시가총액은 오히려 92조원에서 39조원으로 감소했다. 코스닥 시장을 선도했던 닷컴기업들은 대표적인 거품기업으로 낙인 찍혔으며 이로 인해 코스닥 전체가 거품이라는 오명을 얻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내년도 우리 시장은 그렇게 밝지 않다. IT산업이 시가총액 상위종목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시장의 특성상 세계 IT 산업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세계 IT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모습은 우리 시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만성적인 수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코스닥 시장의 경우 작년에 있던 대규모 유무상 증자의 피로감으로 단시간 내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게다가 코스닥 시장의 경우 정통부 기금이나 연기금의 주식매수에서 거래소 시장보다 수혜의 폭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어 상황은 거래소 시장보다 더욱 좋지 않다.

내년도 우리 시장이 재도약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금융권 구조조정의 성공으로 시중 자금 사정이 안정화되고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유동성이 증시로 유입되어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현재처럼 자금이 안정적인 은행으로만 몰린다면 증시의 상승은 요원하다.

내년 초에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테마주를 예상해 본다면 거래소 시장에서는 금융주를 꼽을 수 있다. 물론 현재는 노조의 반발 등으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나 대형 우량은행의 필요성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고 금융권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시간은 걸리겠지만 내년 초가 되면 어떤 모습으로든 결과를 도출해 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기 시작하면 우량 은행주와 증권주를 중심으로 한 차례 테마 형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테마를 예상해 본다면 M&A 관련주를 들 수 있다. 이 테마는 거래소 시장보다 코스닥 시장에서 더욱 크게 부상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코스닥 시장의 M&A는 적대적이든 우호적이든 작년에 비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뒷받침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벤처업계도 대형화되어 가고 시장 선점의 논리가 강조되면서 중소형 벤처기업들이 자본력이 막강한 벤처업계으로의 M&A는 불가피하다.

둘째, 나빠진 시장상황이 벤처 CEO들이 가지고 있던 M&A에 대한 거부감을 많이 희석시켜 놓았다.

셋째, 정부가 M&A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에스테반=박광수 씽크풀 투자전략가 (hanqu@thinkpo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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