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숨날숨]“비가 그쳤다고 해서 우산을 버릴 수는 없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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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호 34면

▶“비 오는 날 에피소드요. (중략) 혼자 소주를 마시고 들어가는데 비가 그쳤죠. 그 장면에서 내레이션이 나와요. ‘우리는 비가 그쳤다고 해서 우산을 버릴 수가 없다. 내일을 살기 위해 어제를 버릴 수 없듯이’. 그게 그렇게 기억에 남아요. 일상에서 그런 작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건데, 내 일상이 아무 일 없이 흘러가는 것 자체가 값비싸고 감사한 건데… 그런 소중함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배우 김현숙 인터뷰 중에서

▶(정상에 올랐으니 남의 생각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적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최고가 된 건 나 혼자만의 힘이 아니다. 한 사람이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의 정성도 뒷받침돼야 한다. 최고의 선수가 되려면 기술이 아닌 인성을 갖춰야 한다. 내가 최고이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테이블 앞에서 실수하게 마련이다. 내가 최고라는 사실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남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것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노력하는 게 그런 수양의 과정이다.”
-현정화 한국마사회 탁구팀 감독 인터뷰 중에서

▶“나는 스물셋의 젊은 어머니가 아기인 나를 찾아 헤매며 심야의 달빛이 쏟아지는 길을 걷는 그림을 눈 속에 그리고 있었다. 내 눈 속에는 또 하나의 그림이 있었다. 그것은 환갑을 넘은 내가 여든다섯 살의 늙은 어머니를 찾아 같은 길을 걷는 그림이었다. (중략) 두 장의 그림은 곧 내 눈꺼풀 위에서 겹쳐 한 장이 되었다. 거기에는 아기인 나도 있었고 스물세 살의 어머니도 있었다. 예순세 살의 나도 있고 여든다섯 살의 노파 얼굴을 한 어머니도 있었다.”
-이노우에 야스시 ‘내 어머니의 연대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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