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퇴출 후보 저축은행 전산망 장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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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가 퇴출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4개 저축은행에 파견감독관과 직원들을 보내 전산망을 장악했다.

 이번 주말 영업정지 발표를 앞두고 해당 저축은행 임직원들이 불법행위를 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지난해 부산저축은행 퇴출 당시 사전에 정보를 입수한 임직원들이 자신과 친인척의 예금을 미리 빼낸 사실이 발각돼 비난 여론이 거셌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마다 두세 명씩 파견돼 있던 감독관을 증원하고 예보 직원들도 파견했다”며 “이들은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을 최소화하고 전산망을 확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매일 영업이 끝난 뒤 백업된 전산 원장을 저축은행측과 별도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를 측면 지원하고 저축은행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금융감독원은 차명계좌를 통해 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4개 이상 저축은행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일부 저축은행이 검찰 수사 직후 전산기록을 삭제해 수사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외환위기 직후 상호금융사(저축은행의 전신)가 무더기로 퇴출될 때에도 비슷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한편 퇴출 대상 명단에 오르내리는 저축은행들이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을 죽이려는 의도로 기획 검사를 했다”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나칠 정도로 검사가 잦았고, 검사 때마다 자산건전성 기준이 바뀐 데다 경영개선 노력을 금감원이 의도적으로 무시했다는 것이다.

업계 1위인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은 “정상영업이 가능한 업체는 되도록 살리는 것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 텐데, 감독 당국이 기를 쓰고 죽이려 한다”며 “몇 개월만 시간을 주면 외자를 유치해 살아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손해용·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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