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부양책 기대는 ‘희망사항’ 소비 주도 성장은 효과 더디게 나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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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세계가 미국과 중국 경제만 쳐다보고 있다. 얼마 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 8.9%에서 올 1분기에 8.1%로 낮아지자 중국 당국과 언론의 반응이 엇갈렸다. 더 나빠질 거라고 불안감을 표현하는 쪽은 ‘이런 경제성장률은 2010년 1분기 이후 9분기 만에 최저’라고 걱정했다. 낙관적인 쪽은 미국과 유럽의 심각한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계곡’이 될 것이라 생각했던 1분기에 8% 넘는 성장을 했다는 점에 안도했다.

 실물경기에 3~4개월 선행하는 중국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의 저점은 지난해 11월이었다. 이 지수가 예고한 대로 실물경기가 올 1분기에 저점에 다다랐다. 하지만 중국이 경제운용의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는 8%를 넘는 성장을 했다는 점에서 중국 경기의 경착륙 우려는 잠재웠다고 볼 수 있다.

 서방세계는 중국에 대해 ▶경제 성장률 하락에 따른 경기부양책 ▶부동산 규제조치 해제 ▶최근 위안화 변동폭 1%로 확대에 따른 위안화 절상 등을 기대한다. 하지만 이는 서방의 희망사항일 뿐이고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중국은 성장의 틀을 소비 중심으로 바꿨다. 이를 위해 각종 세금을 감면하는 등 여러 소비 촉진책을 대대적으로 쓰고 있다. 중국 정부는 투자가 주도하는 성장에 비해 소비가 주도하는 성장은 효과가 느리게 나타난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성급히 경기부양을 할 생각이 없다. 더구나 지금 전 세계 어느 나라가 8%의 고성장을 하고도 성장을 더 가속시켜야 한다며 경기부양 조치를 하겠는가. 중국만 예외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 아니냐는 게 중국 정부 입장이다.

 또 부동산은 이제 겨우 과열을 잡았을 뿐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수차례 부동산 투기억제를 강조했었다. 이 때문에 이곳 전문가는 적어도 올 10월 정권교체 이전에는 부동산 규제조치가 해제될 가능성이 작다고 본다. 최근 위안화 변동폭을 1%까지 확대한 것에 대해서도 서방세계의 오해가 있다. 이들은 이 조치가 위안화를 절상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당국 발표문 어디에도 위안화 절상은 언급되지 않았다. 오히려 요즘 중국은 수입 확대를 통해 무역흑자를 축소하면서 환율안정을 추구한다. 이는 기준환율을 중심으로 변동폭만 커지는 것이지 기준환율을 절상한다는 것이 아니다.

 결국 당분간 중국의 경기부양, 부동산 규제 해제, 위안화 절상 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완만하지만 경기회복에 수혜를 보는 내수 업종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전병서 경희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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